계좌이동제 실시를 앞두고 지방은행들이 신규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준비에 분주하다.
지방은행들은 계좌이동에 따른 혜택을 공격적으로 제시하면서 시중은행의 고객을 유치하려고 한다.
하지만 시중은행의 대응도 만만치 않아 신규고객을 늘릴지는 불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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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교덕 경남은행장. |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방은행들은 오는 10월 실시되는 계좌이동제에 대비해 신규고객을 확보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손교덕 경남은행장은 최근 “올해 하반기에 계좌이동제 등 경영환경에 급속한 변화가 생길 것”이라며 “계좌이동제에 맞춰 경쟁력을 갖춘 예금과 적금 상품을 새로 단장해 내놓겠다”고 밝혔다.
계좌이동제는 고객이 주거래은행을 교체할 때 계좌에 연결된 급여와 공과금 자동이체 등을 한 번에 옮길 수 있는 제도로 10월부터 실시된다. 이전에 기존 주거래은행과 새로 바꾼 주거래은행을 모두 찾아 자동이체를 하나하나씩 바꿔야 했다.
부산은행은 신규통장을 개설한 고객에게 예금금리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대구은행은 모바일서비스를 이용한 고객맞춤형 예금과 적금 상품을 내놓기로 했다.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은 최근 주택도시기금 청약종합저축 취급기관으로 선정됐는데 이런 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택청약종합저축은 수익성이 높지 않지만 주거래계좌와 같은 은행에 일반적으로 개설되기 때문에 신규고객을 유치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주은행은 제주지역상인회와 손잡고 지역상권과 연계해 고객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제주은행은 2006년부터 발행한 제주사랑상품권과 이 상품권을 카드로 만든 제주통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제주지역의 신규고객을 유치하려고 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은행에서 보통 주거래계좌로 쓰이는 수시입출금 계좌 잔액은 올해 상반기 기준 226조 원에 이른다.
지방은행은 지역에 밀착된 영업을 하기 때문에 개인고객 충성도가 높다. 이 때문에 지방은행은 계좌이동제가 실시돼도 고객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보인다.
지방은행은 최근 수도권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지방은행이 수도권에서 계좌이동제 시행에 맞춰 적극적 혜택을 내놓을 경우 시중은행으로부터 고객을 빼앗아 올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영국에서 2013년 계좌이동제가 실시됐을 때 바클레이즈 등 대형은행의 고객들이 이탈해 중소형은행에 유입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당시 영국의 중소형은행들은 신규고객에게 현금을 지원하는 등 파격적 서비스를 펼쳤다. 이에 따라 그해 영국에서 생긴 연간 계좌이동 건수가 175만 건에 이르기도 했다.
나이스알앤씨가 지난 6월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계좌이동제가 시행될 경우 주거래은행을 바꾸겠다고 대답한 사람이 전체의 24.6%를 차지했다.
그러나 시중은행들도 주거래고객 우대상품을 잇달아 내놓는 등 기존고객을 붙잡는 데 주력하고 있어 지방은행이 계좌이동제의 수혜를 입을지는 미지수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지방은행 부행장들을 모아 계좌이동제 준비상황을 점검하는 자리에서 계좌이동제로 지방은행의 고객이 줄어들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