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올해 안에 미국에서 픽업트럭 양산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 픽업트럭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픽업트럭이 실패할 가능성 역시 높다는 점에서 최종 결정을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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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가 지난 1월 선보인 싼타크루즈. |
미국의 자동차전문매체 오토모티브뉴스는 “현대차가 미국에서 픽업트럭 싼타크루즈를 생산할 준비가 됐다”며 “현대차가 미국시장에서 곧 픽업트럭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고 3일 보도했다.
오토모티브뉴스는 자동차전문매체 카앤드라이버의 보도를 인용해 데이브 주코브스키 현대차 미국 법인장이 “픽업트럭의 양산 승인이 이번 가을에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구체적 시기까지 밝히고 있다.
현대차 미국법인 대변인은 오토모티브뉴스와 인터뷰에서 “주코브스키 CEO가 한국 본사의 싼타크루즈 양산 승인 결정에 긍정적 기대를 하고 있고 11월경이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토모티브뉴스는 5월에도 현대차가 싼타크루즈를 양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처럼 미국 현지에서 끊임없이 싼타크루즈의 양산설이 나오고 있지만 현대차는 아직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검토는 하고 있지만 당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그동안 미국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픽업트럭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시장이 픽업트럭시장이기 때문이다.
6월 미국의 전체 자동차 판매량 147만6500여 대 가운데 픽업트럭은 17만여 대 판매돼 비중이 11.5%에 이르렀다.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팔린 픽업트럭은 약 232만 대로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14%를 차지했다.
현대차의 미국 판매사도 현대차 본사에 픽업트럭을 만들어달라고 계속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뿐 아니라 토요타, 닛산, 혼다 등 일본의 자동차회사들도 모두 픽업트럭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그동안 검토만 했을 뿐 실제 양산에 돌입하지 않았다.
현대차가 결정을 미루고 있는 이유로 미국 픽업트럭시장에 진출한 다른 나라 자동차회사들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점이 꼽힌다. 이 시장의 소비자들이 보수적이어서 미국 자동차회사의 벽을 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본의 토요타도 1999년부터 소형 픽업트럭을 선보였지만 여전히 픽업트럭시장에서 점유율이 5%대에 그친다. 일본의 닛산과 혼다, 독일의 폴크스바겐 등도 마찬가치다.
픽업트럭은 미국 자동차시장에서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시장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한국과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때도 미국은 픽업트럭의 25%의 관세를 당분간 유지하기로 했다.
싼타크루즈가 전륜구동(앞바퀴굴림) 기반이어서 미국시장에 부적합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지 픽업트럭 대부분이 후륜구동(뒷바퀴굴림) 모델이다.
현대차는 지난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싼타크루즈를 공개했다. 싼타크루즈가 양산될 경우 현대차가 1977년 선보인 포니 픽업트럭 이후 38년 만의 픽업트럭이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