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신형우선주를 활용한 경영권 승계의 발판을 마련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신형우선주는 최근 재계에서 지분 승계의 새로운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편법 논란도 만만찮게 나온다. 이 회장은 ‘절세’의 효과를 거두면서도 편법 논란을 피하기 위해 증여세를 확실히 내겠다고 공개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신형우선주를 활용한 지분 승계는 절세와 편법 사이에서 줄을 타는 지분 승계방식으로 꼽힌다.
신형우선주는 의결권이 없는 대신 보통주보다 현금배당을 더 받는 주식으로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주식이다.
당장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신형우선주는 대체로 보통주보다 20~70%가량 싼 가격에 거래되는데 이런 특성을 활용해 재계의 경영권 승계에 활용되고 있다.
CJ의 신형우선주는 주식시장에서 CJ 보통주보다 30%가량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보통주보다 주가가 낮은 만큼 증여세를 줄이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보통주 지분율을 확대할 수 있는 ‘절세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최대 65%의 증여세 또는 상속세를 내야 하는 기업 오너에게는 세금부담도 적고 보통주보다 배당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신형우선주는 포기하기 힘든 매력적 카드다. 총수일가는 이 배당금을 재원으로 주식을 장내 매입하는 방식으로 추가 확보할 수도 있다.
장내 보통주 매입이나 기업 분할 및 합병 등을 통한 자사주의 마법, 일감 몰아주기 등이 전통적 승계방식이라면 신형우선주를 활용한 지분승계 방식은 새로운 시도인 셈이다.
총수일가에게 단점이라면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야만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보통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이지만 CJ의 사례처럼 이 회장이 아직 건재하고 경영권을 물려받을 이경후 상무와 이선호 부장 역시 아직 젊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적의 방안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신형우선주를 활용한 지분승계는 편법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붙기도 한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2006년에 당시 중학생이던 큰 딸 서민정씨에게 아모레퍼시픽그룹 신형우선주 20만1448주를 증여하기도 했다.
서씨는 10년이 지난 2016년 이 신형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해 아모레퍼시픽그룹 지분 2.93%를 확보했다.
당시에 아모레퍼시픽 신형우선주의 가치를 지나치게 낮게 잡아 증여세를 적게 냈다는 논란이 불거졌고 국세청은 2012년 150억 원 규모의 증여세를 추가로 부과했다.
이재현 회장은 이번 신형우선주 증여를 결정하면서 CJ그룹은 '세금을 정상적으로 납부하는 합법적 방법으로 증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이런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뜻이 깔려있다고 할 수 있다.
이 회장은 3일 종가 기준으로 1220억 원 규모의 신형우선주를 자녀에게 증여하면서 700억 원을 증여세로 납부하기로 했다. 단순세율로 계산하면 57.34%에 이르는 수준으로 법에 정해진 증여세를 온전히 내는 것이다.
증여세는 증여를 결정하기 전후 2개월의 평균 시가를 기준으로 정해지는 만큼 앞으로 주가 흐름에 따라 증여세 규모는 더욱 커지거나 작아질 수 있다.
또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신형우선주를 오너일가를 대상으로 한 유상증자 방식으로 발행하면서 오너일가의 지분승계를 위해 보통주 수량이 늘어나게 됐고 결과적으로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가치가 떨어지게 됐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하지만 CJ는 올해 3월 신형우선주를 발행하면서 CJ 주주에게 1주당 신형우선주 0.15주를 배당하는 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에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가 훼손됐다는 비판에서도 자유롭다.
CJ 관계자는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증여세를 온전히 납부하는 하나의 사례를 만들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