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이 도로요금 수납원의 직접고용 판결로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 원칙에 힘이 빠지고 있다.
9일 한국도로공사와 민주노총에 따르면 1심인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이 용역업체 소속 도로요금 수납원의 도로공사 근로자지위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데 따라 도로공사는 해당 수납원들을 더 직접고용해야 한다.
외주용역업체 소속 도로요금 수납원 가운데 499명은 이미 8월에 대법원으로부터 도로공사 직원 지위를 인정받았고 나머지 4120명이 이번에 김천지원에서 같은 취지의 판결을 받았다.
그동안 도로공사는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나머지 도로요금 수납원들에게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 원칙을 유지하면서 직접고용을 하려면 최소한 1심 승소 판결은 받아 와야 한다고 맞서고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에 이어 이번 판결에서도 계속 도로요금 수납원들이 도로공사 직원 지위를 인정받게 되면서 직접고용 범위가 확대됐다.
도로공사는 불법파견적 요소를 지속해서 개선해 왔기 때문에 김천지원에서 1심을 진행하고 있는 2015년 이후 입사 도로요금 수납원의 재판결과는 그전 입사자와 다를 수 있다고 주장해 왔지만 이번 판결은 도로공사의 주장과 다르게 나왔다.
도로공사가 도로요금 수납원들에게 불필요한 재판을 요구하고 있다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 소속 도로요금 수납원들은 “8월29일 대법원이 도로요금 수납원들의 도로공사 직원 지위를 인정한 만큼 더 재판으로 다툴 필요 없이 도로공사는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도로요금 수납원들을 전면적으로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은 10월9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중재로 그때까지 승소한 도로요금 수납원은 직접고용하기로 한발 뒤로 물러난 이후 나머지 수납원과 관련해서는 이후 재판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며 요지부동의 모습을 보였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을지로위원회 중재안대로 1심 승소자는 직접고용할 것”이라며 “아직 1심 결과를 받지 않은 도로요금 수납원들은 1심에서 도로공사 직원 지위를 인정받으면 직접고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애초 이 사장이 정규직 전환계획을 수립할 때 대법원 등 판결에서 도로요금 수납원들이 승소할 가능성을 고려하지 못한 점이 도로요금 수납원들과 정규직 전환 문제를 풀기 어렵게 만든 실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목희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은 11월28일 기자간담회에서 고용노동현안과 관련해 “도로공사 도로요금 수납원 정규직 전환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바라봤다.
이 부위원장은 “도로공사는 도로요금 수납원 소송이 대법원에서 어떻게 결론이 날지 예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것을 토대로 대책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점이 실수”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대법원 판결 전에는 도로요금 수납원 정규직 전환을 자회사를 통해서만 진행하고 직접고용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같은 태도를 유지하면서 다만 대법원 판결 결과에는 따라야 하기 때문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도로요금수납원들 가운데 대법원에서 승소한 499명만 직접고용하겠다고 발표했다.
6일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1심 결과 뒤로 민주노총 소속 도로요금 수납원들은 투쟁을 강행하고 있다.
민주노총 소속 도로요금 수납원 40여 명은 9~10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도로공사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오체투지 행진을 한다. 오체투지란 양 무릎과 팔꿈치, 이마 등 신체의 다섯 부분을 땅에 대며 엎드려 절을 올리는 불교의식에서 따온 것이다.
11일 도로공사와 민주노총 소속 도로요금 수납원, 을지로위원회는 정규직 전환과 직접고용 문제를 두고 교섭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