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항공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과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한 협상 과정에서 우발채무 등에 따른 손해배상한도 책정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과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 구주 가격을 놓고 맞선 데 이어 우발채무 문제 등을 놓고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인수합병(M&A) 관련 계약의 협상 과정에서 매수인과 매도인은 계약 체결 이후 생길 수 있는 문제와 관련해 손해배상 요건, 대상, 기한, 한도 등을 유리하게 정하기 위해 고심한다.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공급업체 교체 과정에서 발생한 잡음을 문제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문제가 향후 파장이 커질 수 있으니 손해배상한도를 최대한 유리하게 정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2018년 7월 기내식 공급업체를 기존 LSG스카이셰프코리아에서 게이트고메코리아로 바꿨다. 이 과정에서 LSG스카이셰프코리아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사 금호고속에 투자할 것을 강요했다는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박삼구 전 회장의 검찰 고발, 과징금 제재 등을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결과에 따라 과징금을 부과받는 것은 물론 LSG스카이셰프코리아 등과 진행하고 있는 소송 등에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LSG스카이셰프코리아는 현재 아시아나항공에 2건의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 소송가액은 2건을 합쳐 모두 283억 원이다. 게이트고메코리아도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기내식 대금 169억 원을 받지 못했다며 국제중재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해 놓았다.
항공화물요금 담합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현재 화물 유류할증료 담합 혐의로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22개 항공사를 조사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에 수백억 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는 것으로 관련업계는 보고 있다.
박삼구 전 회장은 2016년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금호터미널 지분을 금호기업(현재 금호고속)에 헐값에 팔게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 측은 이 부분도 문제 삼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박삼구 전 회장 사이에 감정의 골이 있는 점도 정 회장의 태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현주 회장은 재무적 투자자로서 정 회장과 함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박현주 회장과 박삼구 전 회장은 광주 제일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과거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2009년 당시 금호산업 최대주주였던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주력 계열사들을 매각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불편한 관계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규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의 구주 가격을 낮추고 신규 유상증자에 더 투자하겠다고 하는 배경에도 아시아나항공의 부실을 초래한 박삼구 전 회장을 향한 책임을 묻겠다는 의도도 담겨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금호산업에 돌아갈 구주 대금이 늘어나 유상증자에 투입되는 금액이 작아질수록 인수 이후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가 더뎌질 수 있다.
정 회장은 11월12일 아시아나항공의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뽑힌 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금호산업에 구주 대금으로 3200억 원 이상 줄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이 회장에게 “아시아나항공 우발채무 등을 생각하면 3천억 원도 낮은 금액이 아니다”며 “더 높은 구주 가격을 책정하는 것은 무리이며 가급적 빨리 협상을 마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고 알려졌다.
구주 가격은 HDC현대산업개발 측이 제시한 대로 3200억 원대에서 마무리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주식매매 계약이 예정대로 12일까지 마무리될 수 있을지는 손해배상한도 등을 비롯한 세부 협상에 달렸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어느 계약이나 협상 과정에서 이견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며 “올해 안에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