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주거구역 단위) 재건축조합이 시공사 교체를 추진함에 따라 기존 시공권자 HDC현대산업개발도 계약해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다른 건설사가 관심을 보이지 않을 때부터 반포3주구 재건축사업에 공을 들여왔는데 시공권을 놓칠 가능성이 커졌다.
2일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반포3주구 재건축사업 조합은 23일 열리는 총회에서 HDC현대산업개발과 계약해지 안건을 논의한다.
10월 말 정기총회에서 뽑힌 새로운 집행부가 선거 공약으로 시공사 교체를 내걸었던 만큼 23일 총회에서 계약해지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포3주구 재건축사업은 전용면적 72㎡, 1490세대 규모의 단지를 지하 3층~지상 35층, 17개 동, 2091세대 규모의 단지로 바꾸는 사업이다.
공사비 8087억 원에 이르는 서울 강남권의 대규모 사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2017년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재건축, 잠원동 한신4지구 재건축 등 같은 강남권의 대형 정비사업과 시공사 선정시기가 맞물리면서 대형건설사의 관심을 상대적으로 덜 받았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대형건설사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쏠린 틈을 타 반포3주구 재건축사업 조합원들의 마음을 얻는 데 주력했다. 2017년 11월부터 2번의 유찰을 거쳐 2018년 4월 수의계약 형식으로 우선협상대상자에 뽑혔고 같은 해 7월 시공사로 선정됐다.
그러나 HDC현대산업개발은 그 뒤 본 계약 체결 과정에서 특화설계, 공사범위, 공사비 등 세부사안을 놓고 반포3주구 일부 조합원들과 갈등을 빚었다.
반포3주구 재건축조합은 결국 2019년 1월 열린 임시총회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시공사 지위를 박탈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최모 전 조합장이 사문서 위조를 통해 임시총회 참석자 숫자를 부풀린 혐의를 받기도 했다.
검찰이 4월 말 반포3주구 재건축조합 사무실과 최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HDC현대산업개발의 시공사 지위 취소와 관련해 일부 조합원들이 낸 임시총회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5월 말 받아들이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반포3주구 재건축조합은 10월 말 정기총회에서 노사신 후보를 새 조합장으로 뽑고 집행부도 새로 구성해 사업 정상화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노 조합장은 선거운동 당시부터 “8대 시공사 입찰경쟁을 통해 월등한 계약조건으로 반포3주구를 모두가 부러워하는 최고의 단지로 만들겠다”고 공언하는 등 시공사 교체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조합장 등 새 집행부 선출 이후 반포3주구 재건축조합은 이미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 대형사에 11월 말 공문을 보내 입찰 참여 의사를 물었고 이 회사들은 입찰 참여 의향서를 조합에 회신하는 등 사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1월 임시총회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시공권 취소 의결이 이뤄졌을 때도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등 시공능력 평가 순위 1~8위 건설사가 입찰 참여를 검토하기도 했다.
그동안 서울 강남권의 매력적 사업지가 자취를 감추는 등 도시정비시장 사정이 1~2년 사이 달라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형 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 물량은 2017년 18조 원에서 2018년 13조 원으로 급감하는 등 1년 사이 정비시장 규모가 크게 축소됐다.
2019년 들어 11월 말까지 도시정비시장 규모가 8조 원을 조금 넘는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반포3주구 재건축사업의 시공사 교체 여부에 주요 건설사들의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현재까지 반포3주구 재건축사업의 시공사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며 “조합원들과 원만한 합의를 통해 사업을 순조롭게 추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