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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 |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미국 나스닥 상장을 서두르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오는 8월까지 상장주간사를 선정하고 내년 상반기 안에 나스닥에 상장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삼성그룹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근거로 바이오사업의 성장을 내세웠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상장은 그 중심에 놓여 있어 삼성그룹 차원의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최근 미국시장에서 바이오기업들의 상황이 좋지 않다.
바이오기업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바이오주 거품론이 다시 고개를 든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상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내년 상반기 나스닥 상장 추진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내년 미국 나스닥 입성을 목표로 상장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이오기업의 가치가 높게 평가받는 미국시장을 노려 최대한 많은 상장차익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7일 글로벌 증권사들에게 입찰제안요청서를 발송했다. 8월 중순 상장주관사를 선정하고 상장업무추진을 맡기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나스닥 증시에 상장할 경우 시가총액이 8조~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상장으로 2조 원대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스닥에서 2조 원대 자금 조달에 나서는 바이오기업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처음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을 연구개발에 투자해 성장에 탄력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 능력을 미국증시 상장으로 인정받으려고 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해 말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인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 SB4의 판매허가를 유럽의약국에 신청했다. 허가절차가 1년가량 걸린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르면 11월에서 늦어도 내년 초 판매를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또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인 SB2도 올해 3월 유럽의약국에 판매허가를 신청했다. SB2 역시 내년 상반기 중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두 바이오시밀러가 유럽시장에서 판매되는 시기에 맞춰 나스닥에 상장하겠다는 계산을 세워놓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 중에서 유럽에서 2개 이상 바이오시밀러의 판매허가를 신청한 곳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처음이다. 판매가 이뤄지면 삼성바이오시밀러의 기업가치가 올라갈것으로 보인다.
◆ 나스닥 시장환경 변화, 상장에 영향 미치나
그러나 미국증시에서 최근 바이오주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점이 삼성바이오에피스 상장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나스닥 바이오지수(NBI)는 2009년 3월 이후 600% 이상 상승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가 300%가량 오른 것에 비해 상승세가 가파르다.
하지만 그만큼 거품 우려도 많다. 투자자들은 바이오주가 1990년, 1993년, 2000년 등 폭락한 사례를 들어 바이오주 투자가 도박이라고 경고한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도 수 차례나 바이오주 거품을 지적했다.
셀라돈의 경우 지난해 1월 나스닥에 입성했는데 한때 6억3500만 달러에 이르던 시가총액이 최근 3천만 달러로 줄었다. 바이오 업종에 대한 신중론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의 대표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7일 투자자들에게 바이오주 급락에 대비할 것을 권유했다. 골드만삭스는 바이오업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현재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매도할 수 있는 풋 옵션을 매수할 것을 추천했다.
바이오기업들의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도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미국 4위 바이오기업인 바이오젠은 24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2분기 매출이 예상보다 부진했다며 연간 매출 증가율을 12%에서 6~8%로 하향조정했다. 바이오젠 주가는 하루 22%나 폭락했다.
바이오젠 주가폭락은 바이오업종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NBI는 4%나 급락해 지난 4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미국 연준이 금리인상을 결정할 경우 바이오종목에 대한 투자심리가 보수적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연준이 2006년 이후 처음으로 금리인상에 나서면 위험투자에 대한 제동이 걸린다. 바이오산업은 신약이 개발되기까지 3~5년이 소요되는 만큼 금리인상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 버블의 끝물을 타고 나스닥에 입성했다가 국내기업들의 나스닥 실패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동안 G마켓과 웹젠 등 여섯 개의 국내기업이 나스닥에 상장했다. 하지만 IT버블이 꺼진 뒤 실적부진과 거래량 미달로 상장폐지됐다. 게임개발사 그라비티만 유일하게 나스닥에 남아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