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가 가상화폐 허위거래 혐의에 이어 가상화폐 분실사태에 휘말리며 엎친 데 덮친 격의 상황에 몰렸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이사는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업비트의 거래 투명성과 안전성을 모두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28일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에 따르면 업비트는 외부 해킹뿐만 아니라 내부자 소행 가능성도 열어두고 전날 발생한 가상화폐 이더리움 분실사태를 조사하고 있다.
이더리움 34만2천 개(약 580억 원)의 분실시점이 업비트의 가상화폐들을 네트워크에 연결되지 않은 전자지갑인 ‘콜드월렛’으로 옮기던 시점과 같아 내부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의 소행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결론이 나오더라도 업비트의 보안이 뚫렸다는 점에서 이 대표로서는 고심이 깊을 수 밖에 없다.
업비트의 보안은 그동안 국내 가상화폐업계에서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다.
업비트와 함께 국내 양대 가상화폐거래소로 꼽히는 빗썸이 크고 작은 해킹사건에 휘말릴 때도 업비트는 단 한 번도 해킹이나 내부자 소행 등으로 가상화폐를 잃어버린 적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일은 업비트 임직원들의 가상화폐 허위거래 혐의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벌어진 것이어서 투자자들의 신뢰하락을 부를 수 있다.
업비트 임직원 3명은 2017년 9월부터 11월까지 업비트의 거래 체결량과 주문 제출량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거래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전산시스템을 꾸며 1500억 원가량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은 현재 1심이 진행되고 있는데 문제가 되는 거래량 규모가 250조 원이 넘는 데다 관련 사례가 없어 1심 결론도 올해를 넘길 것이 확실시 된다. 10월21일 7차 공판이 열렸지만 1심은 마무리되지 않았다.
업비트는 거래량을 부풀리기 위한 허위거래가 일부 있었지만 거래소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것이었고 이를 통해 얻은 이익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 대표는 업비트의 재판이 열린 이후로 거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잇달아 내놨는데 이번 분실 사태로 거래 안전성을 증명할 수 있는 방안도 고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상화폐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빗썸은 해킹사태 이후 줄어든 투자자를 다시 늘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며 “업비트도 이번 사태 이후 투자자들에게 보안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보이기 위해 여러 방안을 내놓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다만 이 대표에게 다행인 점도 있다. 업계의 대처로 업비트는 손실규모가 27일 발표한 것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이 대표는 27일 이더리움 분실이 확인된 뒤 “고객의 피해가 없도록 분실된 이더리움을 업비트 자산으로 충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주요 가상화폐거래소는 업비트의 분실 이더리움이 가상화폐거래소 전자지갑으로 들어오면 거래를 동결시키겠다고 밝혔다.
28일 오후 4시 기준으로 이더리움 전자지갑의 잔고를 조회할 수 있는 ‘이더스캔’으로 업비트의 이더리움이 전송된 전자지갑 주소를 검색해보면 분실된 이더리움 34만2천 개(약 580억 원)는 그대로 남아있다.
이더리움을 훔친 쪽에서 현금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가상화폐거래소 빗썸도 6월 350억 원어치의 가상화폐를 해킹당했지만 업계의 협업을 통해 피해규모를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