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이 연구개발(R&D)에 지속해서 투자하며 미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시멘트와 레미콘시장의 영업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기술력 향상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향후 건설업황이 정상화될 때를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24일 삼표그룹에 따르면 2015년 동양시멘트를 인수해서 삼표시멘트로 바꾼 뒤 건설 기초소재 분야에서 시장 선도적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연구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정 회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지속가능한 기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새로운 제품을 계속 선보이며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며 제품 경쟁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당장 수익을 내지는 못하더라도 미래 성장을 위해서는 꾸준히 연구개발에 투자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2015년 동양시멘트 인수전에 8300억 원을 투입하며 기존 레미콘에서 시멘트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당시 시장은 동양시멘트 인수가격이 6천억~7천억 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를 뛰어넘는 통큰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기존 레미콘사업과 시너지를 통해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삼표시멘트 연구개발비용은 2015년 27억 원에서 인수 다음 해인 2016년 48억8천만 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는 한 해 매출의 0.7% 수준으로 경쟁사 쌍용양회와 한일시멘트의 전체 매출에서 연구개발 지출 비중이 평균 0.3%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삼표시멘트가 선박운송 문제 등으로 적자를 봤던 2018년에도 정 회장은 49억 원을 연구개발 비용으로 사용했다. 삼표시멘트는 2019년 3분기까지 30억 원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삼표시멘트는 생산공장이 해안가에 있어 선박 운송비중이 높다. 해운사 명성기공과 시멘트 운송계약을 맺고 있었는데 2015년 삼표그룹에 편입된 뒤 명성기공과 분쟁이 생겨 원료와 제품 수송 등에 애를 먹었다.
삼표시멘트는 2016년과 2017년에 영업이익을 각각 685억 원, 744억 원씩 거뒀지만 2018년에는 영업이익이 7억 원으로 급감했고 순손실 43억 원을 봤다.
하지만 2018~2019년에 걸쳐 시멘트 전용 운송선 4척을 추가하면서 모두 10척의 선박을 갖추게 돼 물류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됐다. 그 결과 삼표시멘트는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450억 원, 영업이익 140억 원을 내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삼표시멘트는 9월 국내 시멘트업계 최초로 ‘세계시멘트협회(WCA)’에도 가입했다. 시멘트는 운송비 비중이 높은 탓에 수출 물량이 많지 않지만 세계시멘트협회 가입을 통해 글로벌 시장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세계 수준의 기술력도 갖추겠다는 것이다.
이처럼 연구개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정 회장의 경영전략은 학계의 인정도 이끌어냈다.
삼표그룹이 출시한 특수콘크리트 제품 ‘메가더블월(MDW)’은 11월 한국공학한림원으로부터 ‘2019년 15대 산업기술성과’에 선정됐다. 한국공학한림원은 해마다 국내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신산업 개척에 이바지할 부문별 기술을 뽑는다.
삼표시멘트 관계자는 “삼표시멘트는 수익을 내지 못했을 때도 연구개발에 꾸준히 투자해 왔다”며 “동양시멘트 인수 뒤 사업정상화 노력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고 선박 문제도 마무리됐기 때문에 앞으로 실적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1947년 3월22일 태어나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금속학과를 졸업했다. 고 정인욱 강원산업그룹 회장의 둘째 아들로 1975년 강원산업 이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00년 회장에 올라 2004년 삼표그룹으로 이름을 바꿨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