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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뉴시스> |
국민연금공단에서 기금운용본부를 따로 떼 공사로 만드는 방안이 추진된다. 한국경제에 점점 큰 영향을 미치는 국민연금 기금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다.
보건복지부는 이 방안을 포함해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편안을 조만간 발표한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등 다른 정부 부처에서 이 개편안에 대한 다른 의견이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오는 21일 ‘국민연금 관리운용체계 개선방향 토론회’를 연다고 17일 밝혔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이 토론회에서 보건복지부에게 의뢰를 받아 만든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한다. 이 개편안은 보건복지부의 입장을 담고 있다.
원종욱 보건사회연구원 미래전략연구실장은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편안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에 대한 정부의 입김을 줄이고 독립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라며 “기금을 다양한 국내외 투자처에 투자하면서 전문가들이 책임을 지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개편안에 국민연금공단 아래 있는 기금운용본부를 분리해 보건복지부 아래 있는 ‘국민연금기금운용공사’로 만들자는 제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기금운용본부가 공사로 분리된다면 기금투자를 독립적으로 결정하고 집행하게 된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별도의 상임위원과 사무국을 보유한 상설기구로 만드는 방안도 개편안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을 현행 보건복지부 장관이 아닌 민간전문가로 임명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국민연금과 기금운영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이 위원회는 정부 위원 5명과 보건복지부 장관이 임명하는 민간위원 14명으로 구성된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현재 위원장을 맡고 있다.
국민연금심의위원회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주재하는 국민연금정책위원회로 위상을 높이는 방안이 이번 개편안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심의위원회는 국민연금에 관련된 사항들을 심의하는 위원회로 그동안 보건복지부 차관이 주재했다. 이 위원회를 격상해 보험료율과 지급률을 조정하고 재정목표를 수립하는 등 재정을 총괄하는 기능을 주겠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기금운용공사,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국민연금정책위원회 등 3개 기구의 의사결정 권한과 책임을 명확하게 나눠 서로에게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막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의 기금 규모가 커지면서 한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점을 이번 개편안에 반영했다.
국민연금의 올해 전체 기금 규모는 500조 원 이상으로 불어났다. 국민연금 기금 규모는 2022년 1천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국민연금은 2014년 기준으로 국내 상장주식의 6.4%를 보유한 ‘큰손’이다.
보건사회연구원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현재 기금운용체계를 유지할 경우 막대한 기금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운용하는 것이 힘들다”며 “국민연금 기금운용 수익률을 연평균 1%포인트만 높여도 보험료율을 2.5%포인트 올리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에 포함될 국민연금 기금의 경영방식(거버넌스) 주도권을 놓고 정부 안에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관계자들은 기금운용본부가 공사로 떨어져 나온다면 수익률을 좇다가 위험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래서 기금운용본부가 공사가 될 경우 보건복지부가 아닌 기획재정부 아래로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개편안을 발표하면 관련 부처가 치열한 논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