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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에 배어든 세모의 어두운 흔적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4-04-21 1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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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에 배어든 세모의 어두운 흔적  
▲ 김한식 청해진해운 대표(좌)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우)

세월호 침몰 사고에는 우리 기업의 어두운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전문가들은 불투명하고 의무를 다하지 않는 기업문화가 세월호 침몰 사고를 키웠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비겁한 기업이 세월호 침몰이라는 대형참사를 낳았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는 이번 침몰사고가 우리나라 리더십의 명암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밝음은 ‘빠르게 변하는 사회와 이타적 시민’이다. 어두움은 ‘불투명하고 무책임한 기업’이다.

포브스는 “기업은 한국을 무명에서 영웅으로 만든 주역이었지만 일부 기업의 고위임원들은 불투명하게 경영하고 주주들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세월호를 운영하는 청해진해운의 김한식 대표가 충격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한 사실을 놓고도 그동안의 한국 기업문화로 볼 때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세월호 침몰사고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과 경찰 합동수사본부는 김한식(72) 청해진해운 대표이사를 비롯해 이 회사의 실질 소유주인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의 두 아들 등 30여 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처를 내렸다.

합동수사본부는 청해진해운의 출자관계 등 경영 전반에 대해 수사를 펼치기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1일 철저한 수사를 강조한 만큼 수사의 칼날은 세월호 침몰 사고를 낳은 기업의 어두운 모습을 향할 것으로 보인다.

◆ 세월호 지배한 아이원아이홀딩스 2400억 자산 소유

청해진해운의 대주주는 조선사인 천해지다. 천해지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청해진해운 지분 39.4%를 보유하고 있다. 천해지의 대주주는 42.81%의 지분을 보유한 아이원아이홀딩스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두 아들 유대균(44), 유혁기(42)씨가 각각 19.44%의 지분을 보유해 아이원아이홀딩스의 대주주다. 유 전 회장의 부인 김혜경씨도 6.29%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세월호에 배어든 세모의 어두운 흔적  
▲ 청해진해운의 세월호가 16일 진도 근해에서 안산 단원고 학생 등 476명을 태우고 가다가 침몰했다.

아이원아이홀딩스는 2007년 설립돼 6년여 만에 자본금이 5천만 원에서 87억4500만 원으로 커졌다. 유 전 회장 일가의 계열사 자산을 합치면 총자산은 24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 전 회장 장남인 아이원아이홀딩스의 대주주 유대균씨는 주식으로 892억4천만 원, 부동산으로 27억8200만 원 정도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다. 주식은 아이원홀딩스(19.44%), 다판다(32%), 트라이곤코리아(20.0%) 등이 있고 부동산 재산은 서울 서초구 염곡동 단독주택과 땅, 경매로 낙찰받은 대구 대명동 소재 3억 원짜리 주택 등이 있다.

차남인 유혁기 문진미디어 대표는 745억7천만 원 가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아이원홀딩스 지분 19.44%와 온지구 지분 7.11% 등을 소유하고 있다. 유 대표의 경우 주소지가 미국이라 미국 재산은 자세히 파악되지 않는다.

유 전 회장 일가는 지주사 아이원아이홀딩스와 계열사 12곳을 경영하고 있다. 지난해 모두 21억 원의 적자를 냈다. 계열사는 청해진해운을 비롯해 청해진, 아해, 다판다, 세모, 문진미디어, 온지구, 21세기, 국제영상, 온나라, 트라이곤코리아, 금오산맥2000 등이다. 선박 관련 회사를 비롯해 출판물 도매업, 자동차부품 제조업 등 업종이 다양하다.

유 전 회장 일가의 회사 13곳의 자산은 모두 6천억 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부채는 3천억 원 수준이다.

◆ 부도난 세모해운에서 이름 바꾼 청해진해운

주목되는 것은 청해진해운이 유 전 회장의 세모해운을 그대로 승계한 회사라는 점이다. 세모해운이 부도가 난 뒤 청해진해운으로 이름만 바꿔 그대로 운영됐다. 천해지를 통해 청해진해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아이원아이홀딩스는 청해진해운 지분 7.1%를 직접 보유하고 있다.

청해진해운은 1999년 설립돼 세모해운의 주력노선인 인천-제주 노선과 세모고속페리1호를 그대로 넘겨받았다. 청해진해운의 등록 주소는 부산시 중구 중앙동 5가로 세모해운과 같다. 이름만 바꿔달았을 뿐 사실상 동일한 회사다.

  세월호에 배어든 세모의 어두운 흔적  
▲ 김한식 청해진해운 대표가 17일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뉴시스>
심지어 청해진해운의 인천-제주 노선은 운행시간표와 요금까지 세모해운과 같다. 청해진해운은 세모해운의 연안여객선 노선을 이어받아 운행하며 2009년 20억 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렸다.

청해진해운은 인천∼백령도 1척(데모크라시5호), 인천∼제주 2척(세월호,오하나마호), 여수∼거문도 1척(오가고호) 등 3개 항로에 4척을 운항중이다.

청해진해운은 선원들의 안전교육에 인색한 반면 대주주에게 거액의 경영컨설팅 비용을 지급했다. 선원들의 안전교육 연수비를 2012년 138만5600원, 지난해 54만1천 원을 각각 지출했다.

그러나 지난해 대주주인 아이원아이홀딩스에 경영자문료로 6천만 원을 지급했다. 2012년에도 마찬가지로 6천만 원을 냈다. 아이원아이홀딩스의 지난해 매출이 5억1천만 원이었는데 청해진해운으로 받은 경영컨설팅 비용이 전체 매출에서 10% 이상을 차지했다.

청해진해운은 2007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 한강수상택시 운영권을 따냈다. 그러나 하루 평균 이용객은 예측의 1%도 안 되는 100명 미만에 그쳤다. 또 청해진은 한강 수륙양용버스 운영권도 따냈는데, 수상택시 계약 때 수륙양용버스 운영권도 주기로 하는 등 이면계약이 있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수륙양용버스는 1년 만에 백지화됐다.

◆ 세모해운, 정권과 긴밀한 관계 통해 성장


청해진해운의 전신인 세모해운은 한강유람선을 통해 준재벌기업으로 도약했다. 1986년 세모해운은 한강유람선 사업운영권을 따냈다. 1989년부터 1990년 사이에 부산-여수 등 7개 항로의 14개 여객선을 인수해 국내 최대 연안여객선사로 떠올랐다.

세모해운을 주력으로 하는 세모그룹은 세모유람선, 세모케미칼, 세모화학, 세모스쿠알렌 등 9개 자회사를 거느린 중견그룹으로 성장했다. 건설, 식품, 조선, 해운, 전기전자, 자동차부품 등 독자적 사업부가 16개였다. 당시 세모그룹을 이끌던 유병언 전 회장은 ‘해운황제’를 꿈꾼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였다.

  세월호에 배어든 세모의 어두운 흔적  
▲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은 상습사기 혐의로 징역4년을 구형받았다.
이런 성장 뒤에 정권과 긴밀한 유착관계가 있었다. 세모해운이 코리아타코마 등 유수 경쟁사들을 제치고 한강유람선 사업을 따낼 수 있었던 것은 유병언 전 회장과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씨와 친분관계 때문이라는 게 정설이었다. 전경환씨가 세모그룹으로부터 로비를 받고 서울시에 압력을 넣었다는 사실이 경쟁사 대표와 당시 세모그룹 직원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유 전 회장은 당시 청와대 보좌관들과도 연분을 맺었다. 청와대 보좌관이 다리를 놓아 전두환 전 대통령이 84년 인천 초도순시를 마치고 세모의 전신인 삼우트레이딩을 따로 방문하기도 했다. 세모는 자금난 해소를 위해 은행으로부터 당시로서 큰 돈인 20억 원을 지원받았다.

세모그룹은 1997년 주력기업인 세모해운이 적자를 내면서 만기가 도래한 어음 16억7천만 원을 막지 못해 부도를 냈다. 한강유람선 사업권을 따낸 지 11년만의 일이다.

부도 이후 세모해운은 청해진해운으로 모습을 바꾸었지만 세모그룹의 흔적은 여전히 남아있다. 2008년 회사정리절차를 마친 세모는 청해진해운의 대주주인 천해지의 지분 4.22%를 보유하고 있다. 천해지는 2005년 설립돼 세모의 조선사업부를 인수한 회사로 역시 세모를 모체로 하고 있다.

◆ 유병언과 오대양 집단자살 사건


유병언 전 회장은 오대양 집단 자살사건의 배후로도 지목됐다. 오대양 집단 자살사건은 1987년 사이비종교집단 오대양의 교주 박순자와 교인들이 집단으로 자살한 사건이다.

박순자는 170억 원 규모의 사채를 끌어다 쓰고 경찰과 언론을 피해 오대양 용인공장의 식당 천장에 4일간 숨어있다가 신도 31명과 함께 목을 매달아 자살했다. 당시 박찬종 의원은 이 사건의 뒤에 기독교복음침례회와 유병언 회장이 있다고 지목했다.


검찰은 오대양 교주인 박순자가 빌린 사채가 유병언 회장의 장인 권신찬 목사가 대표로 있는 기독교복음침례회 쪽으로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벌였다. 그러나 유 회장은 오대양 집단자살 사건과 관련해 무혐의가 인정됐다. 그는 이전에 기독교복음침례회 신도들을 상대로 거액의 빚을 갚지 않아 상습사기혐의로만 4년의 징역을 살았다.

유 회장이 연관된 기독교복음침례회는 국내 기독교단들로부터 이단으로 규정됐다. 일명 ‘구원파’로 불리는 기독교복음침례회에서 유 회장은 사실상 목사 노릇을 했다. 세모그룹도 구원파와 관련됐다는 의혹이 많았으며 지금까지도 청해진해운 직원 가운데 일부는 구원파 신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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