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자 계열사를 통해 케이뱅크에 수혈을 시도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회사 규모나 관련 규정 등을 감안하면 BC카드가 케이뱅크 새 대주주에 오를 가능성이 커 보인다.
▲ 황창규 KT 대표이사 이장.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T는 계열사를 통해 케이뱅크에 자본을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KT의 케이뱅크 지분 10%를 넘겨받은 뒤 유상증자를 통해 케이뱅크 최대주주에 오를 KT 계열사로는 BC카드, 부동산회사 KT에스테이트, 통신시스템 설계회사 KT디에스 등이 꼽힌다.
KT는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개정안이 10월에도 국회 정무위원회의 법안 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자 케이뱅크 유상증자를 위한 ‘플랜B’를 가동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개정안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심사대상이 되는 기업의 공정거래법 위반 이력을 대주주 결격사유로 보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KT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금융위원회의 케이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됨에 따라 케이뱅크 지분을 보통주 기준으로 현재 10%보다 더 늘릴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KT는 올해 초 59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주도해 케이뱅크 지분율을 34%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세워뒀지만 이를 실행하지 못하게 되자 계열사를 통해 우회 유상증자를 시도하는 셈이다.
BC카드는 후보로 거명된 회사 가운데 케이뱅크 새 대주주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으로 꼽힌다.
KT는 3월 금융위원회에 케이벵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을 때부터 공정거래법 위반 이력이 문제가 되면 BC카드를 케이뱅크 대주주로 내세우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BC카드는 금융회사로 케이뱅크 지분을 34%까지 늘리는 데 법적 문제가 없는 데다 지난해 기준으로 자산규모가 3조7천억 원을 넘어서 케이뱅크 유상증자를 감당할 만한 외형을 갖췄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금융회사가 아닌 회사는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에 따라 정보통신기술(ICT)을 주력사업으로 하는 회사에 한해서만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34%까지 늘릴 수 있다.
문제는 BC카드가 케이뱅크 최대주주에 오르기 위해서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말고도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할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KT가 BC카드 등 계열사로 지분을 이전하는 방안을 들고 오면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해 BC카드의 대주주 등극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놓지는 않았다.
하지만 카드사가 은행의 최대주주가 된 전례가 없는 데다 카드사가 적용받는 여신전문금융업법이 계열사 투자한도, 본업인 카드업자산비율 등을 지정해뒀다는 점을 살피면 금융당국 승인이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금융당국의 승인이 이뤄지고 BC카드 주주들의 동의를 얻는다고 해도 이런 점들을 모두 살피면 대규모 유상증자는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KT(69.54%)를 제외하고 BC카드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우리카드(7.65%)가 케이뱅크의 주요주주인 우리은행과 같은 우리금융그룹 소속이라는 점을 살피면 케이뱅크 최대주주 등극이나 증자를 위한 주주 동의는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며 “다만 주주 동의와 금융당국 인가가 있더라도 은행에 비해 투자 기준이 엄격한 카드사의 사정을 감안하면 케이뱅크 정상화를 이끌 만한 대규모 유상증자는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케이뱅크는 자본금 부족으로 4월부터 대출영업을 중단해오고 있다. 케이뱅크 영업 정상화를 위해서는 최소 5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필요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KT는 BC카드의 케이뱅크 최대주주 등극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KT에스테이트와 KT디에스를 추가 후보로 마련해 둔 것일 수 있다.
다만 KT에스테이트는 부동산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어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10%이상 보유할 수 없을 가능성이 있고 KT디에스는 케이뱅크 증자를 감당할 만한 규모를 갖췄느냐가 문제가 될 수 있다.
KT 관계자는 “케이뱅크 유상증자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