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8개월~9개월. 현대자동차의 대형 SUV 펠리세이드 구매를 신청한 고객들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다.
현대자동차가 팰리세이드의 생산량을 2배 이상 늘렸지만 계약 고객들의 대기시간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늘어난 물량 대부분이 북미 수출용이어서 내수 판매용 생산량은 좀처럼 증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현대차에 따르면 최근 11월 물량회의를 열고 울산 공장의 각 공장별 자동차 생산량을 확정했다.
11월 생산계획을 살펴보면 팰리세이드 생산량이 크게 늘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현대차는 기존에 울산4공장에서만 팰리세이드를 생산했는데 노사의 증산협의를 통해 10월부터 울산2공장에서도 팰리세이드를 만들고 있다.
현대차가 울산4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한 팰리세이드는 모두 8400대다. 울산2공장 물량 4500대까지 합하면 모두 1만2900대다. 초기 월별 6240대를 생산한 것과 비교하면 2배가 넘는 수치다.
하지만 이런 증산이 팰리세이드를 계약한 국내 고객들의 대기시간을 줄여주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증산물량 대부분이 수출용으로 배정됐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울산4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한 팰리세이드 8400대 가운데 수출용은 4170대다. 나머지 4230대만 내수용으로 만들어진다.
울산2공장 물량이 모두 수출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11월에 국내에 판매될 팰리세이드는 재고(380대가량)를 포함해 많아봐야 4600대 수준으로 예상할 수 있다. 초창기 북미용 팰리세이드를 생산하지 않을 때 국내에 판매하던 물량보다 1600대가량 적다.
현대차가 확보하고 있는 팰리세이드 계약물량(백오더)은 국내외를 합쳐 약 5만6500대다. 이 가운데 4만여 대의 차량이 국내물량으로 추정되는데 현재 현대차의 생산계획대로라면 단순 계산으로 팰리세이드를 계약한 뒤 인도받는 데까지 꼬박 9달이 걸린다.
팰리세이드 증산을 해도 만성적 장기간 인도대기 현상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현대차는 올해 1~4월만 해도 국내에서 팰리세이드를 월별 평균 6158대씩 판매했다. 하지만 북미 수출이 시작된 5월 3743대로 줄어든 데 이어 6월 3127대, 7월 3660대 등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
여름휴가와 추석연휴가 있었던 8월과 9월 판매량은 각각 2304대, 2241대에 그친다.
미국에서 판매된 팰리세이드는 6월 383대를 시작으로 7월 4464대, 8월 5115대, 9월 3495대 등이다. 같은 달끼리 비교하면 7월부터 계속해 북미용 팰리세이드가 내수용 팰리세이드보다 계속 높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생산물량은 공장별로 매달 결정되는 사항”이라며 “앞으로 물량 조절을 통해 국내 고객의 차량 인도가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