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3사에게 해양플랜트는 그동안 주요 매출원이었다.
조선3사의 수주잔량 가운데 해양플랜트가 차지하는 비중만 봐도 그동안 조선3사가 해양플랜트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여왔는지 알 수 있다.
1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대우조선해양 수주잔량에서 해양플랜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52%, 현대중공업은 56%, 삼성중공업은 62%에 이른다. 세 회사가 상선보다 해양플랜트를 더 많이 건조하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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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
지난해 하반기부터 저유가로 세계에서 해양플랜트 발주가 대거 줄면서 해양플랜트수주가 급감하고 상선수주가 늘어났다. 하지만 조선3사는 여전히 해양플랜트가 수주잔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조선3사가 해양플랜트 수주를 본격적으로 늘리기 시작한 것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부터다.
국제경기가 둔화하면서 물동량이 줄어들자 상선 수요감소로 이를 대체하기 위해 해양플랜트 수주에 적극 나선 것이다. 2013년 세계 해양플랜트 발주량의 70% 이상을 우리나라 조선사가 수주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조선업 불황 속에서 조선사들의 버팀목이 된 해양플랜트는 조선사 경영실적의 발목을 잡는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3조 원 이상의 천문학적 영업손실을 냈다. 이 가운데 해양부문 영업손실이 2303억 원이었다. 손실충당금 반영으로 3분기까지 해양부문에서 4천억 원이 넘는 손실을 입었다가 4분기 계약변경 등으로 다소 손실을 만회했다.
삼성중공업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1분기 이치나와 에지나 등 해양플랜트에서 발생이 예상되는 공사손실 5천억 원을 반영하면서 지난해 영업이익이 2013년 대비 80%나 줄었다.
여기에 이번에 대우조선해양마저 해양플랜트 손실 충당금을 반영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손실규모가 몇 조원까지 늘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해양플랜트는 한 건 당 계약금액이 크지만 상선만큼 발주량이 많지 않다. 해양플랜트가 조선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30% 정도로 상선에 비해 작다. 이 때문에 해양플랜트 수주경쟁은 상선 수주경쟁보다 더 치열하다.
해양플랜트 수주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조선사들은 저가수주하지만 조선3사는 여전히 해양플랜트가 수주잔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해양플랜트는 해당 프로젝트마다 맞춤형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설계나 제작과정에서 표준화가 어렵고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또 상선 건조에 비해 노하우 축적이 더디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발생할 여지가 많다. 상선 건조에 비하면 예측불가능한 지점이 많고 그만큼 위험요소가 큰 것이다.
2010년 현대중공업이 수주한 노르웨이 골리앗 해양플랜트(FPSO)가 대표적이다. 현대중공업이 세계 최대의 해양플랜트를 수주했다는 자부심은 잠시였다. 북해의 혹독한 환경에서 발주처인 노르웨이 해양플랜트의 기준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계약 당시 생산금액을 12억 달러로 예상했으나 실제 생산비용 추정치는 22억 달러로 늘어났다. 해양플랜트 인도시기도 지난해 5월에서 올해 2월로 9개월이나 늦어졌다. 현대중공업은 골리앗 프로젝트에서만 수천억 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조선사들이 본격적으로 해양플랜트사업에 뛰어든 것이 몇 년 되지 않기 때문에 설계와 건조능력이 부족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초 계획보다 많은 기간과 비용이 필요한 것도 결국 설계능력 부족 때문이라는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을 추진하면서 합병으로 기대할 수 있는 시너지로 “해양플랜트 설계능력 강화”를 꼽았다. 육상 플랜트 건조경험이 많은 삼성엔지니어링의 설계역량을 해양플랜트 분야에 접목시키겠다는 뜻이었다.
비록 두 회사의 합병은 무산됐지만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설계능력을 높이고 수익성을 강화하려는 삼성중공업의 고민이 나타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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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 등 중형 조선사들은 지난해 해양플랜트 사업 중단과 철수를 선언했지만 해양플랜트 의존도가 높은 조선3사의 경우 그러지도 못하는 처지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해양플랜트를 잇따라 수주했다. 수주규모가 60억 달러에 이른다. 이 덕분에 연간 수주목표의 60%를 달성하며 목표 달성에 청신호를 켰다.
그러나 수익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저유가 국면에서 해양플랜트 수익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박무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해양플랜트는 기술부족에 따른 공기지연으로 비용이 증가하고 선박건조에도 차질을 빚는다”고 지적했다.
해양플랜트를 포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관건은 해양플랜트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느냐다. 조선사들은 해양플랜트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초 해양플랜트 기자재 중장기 계획을 수립했다. 2018년까지 해양플랜트 기자재 54%를 국산화해 기자재 원가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또 해양과 플랜트사업본부를 합쳐 해양플랜트사업본부로 조직을 개편해 효율성을 높였다. 여기에 해양부문 대표에 설계전문가인 박종봉 부사장을 발탁해 공정지연 등 기술적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삼성중공업도 조직개편으로 기술역량 높이기에 나섰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말 거제조선소와 서초동 삼성생명 사옥에 흩어져 근무하던 해양플랜트 설계 및 연구개발 인력을 판교R&D센터로 모았다. 한 곳에 모여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삼성중공업은 또 조선해양영업실을 해체하고 영업인력을 해양생산사업부로 편입했다. 대신 해양생산사업부의 기본설계팀을 기술영업팀으로 재편했다. 영업단계에서 설계팀이 참여해 잦은 설계변경 등 기술적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막겠다는 뜻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