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정 대전광역시장이 프로축구 시민구단인 대전시티즌의 기업구단 전환 과정을 비공개로 진행하자 지역사회에서 궁금증이 증폭되고 인수후보로 한화, 신세계, 하나은행 등 여러 기업의 이름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전임 시장들의 구단 매각 실패사례를 거울삼아 기업과 협상에서 불확실성을 염려한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비밀'이라는 포장으로 관심을 높여 이슈몰이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프로축구 대전시티즌 어떤 기업에게 넘기나, 시장 허태정은 침묵만

허태정 대전광역시장.


24일 대전지역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허 시장이 대전시티즌의 기업구단으로 전환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고 나자 어느 기업인지 이름을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바른미래당 대전시당은 22일 논평을 통해 “대전시티즌은 명실상부한 시민구단이다”며 “모든 변화는 시민이 알 권리가 있고 이를 추진하는 상황과 절차의 내용을 허 시장은 시민과 함께 숙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완전 매각이 아닌 투자유치라는 형태를 볼 때 특정 기업이 이윤 확보 등 ‘보험’ 없이 대전시티즌 운영에 재원을 투입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믿기 어렵다며 특혜를 주기로 한 것이 아니라면 기업의 이름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 시장은 재계 50위 안의 대기업, 대전과의 연관성, 프로구단을 운영한 경험 등을 들며 기업을 설명했지만 구체적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현재 한화와 신세계, 하나은행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신세계는 유성구에 사이언스콤플렉스를 조성하고 있고 여자 프로농구 구단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대전을 연고로 한 한화는 프로야구구단 한화이글스를 비롯해 한화대전공장과 대전갤러리아타임월드 등을 운영하고 있고 대전하수처리장 이전 현대화사업도 맡고 있다.

하나은행은 2002년부터 꾸준히 대전시티즌을 후원해왔다. 2017년까지 누적 후원금만 100억 원에 이른다. 대한축구협회 A매치와 FA컵, K리그의 메인 스폰서로 참여하면서 축구계와 관련이 깊다.

허 시장이 기업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 것을 두고 협상 과정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있다.

허 시장 이전의 염홍철, 박성효, 권선택 등 전임 대전시장들이 대전시티즌의 매각을 모색했지만 성공하지 못한 만큼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비공개 협상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기업 이름이 공개되면 시민사회를 비롯해 경제계와 정치권 등에서 기업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여러 요구조건이 나와 협상이 결렬돼 기업구단 전환이 또다시 실패할 수 있기 때문에 일각에서 제기되는 ‘밀실협상’이나 ‘거래의혹’ 등 비판을 감수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허 시장이 정치적 이슈몰이를 위해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사항을 알렸다는 시각도 있다. 주목도가 높은 프로스포츠를 활용해 지지율 및 인지도 상승을 꾀하고 있다는 곱지않은 시선들이다.   

프로축구 역사상 시민구단이 기업구단으로 전환하는 것은 대전시티즌이 처음이기 때문에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지만 허 시장이 극비에 추진하면서 기업 이름을 공개할 허 시장에게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지역 정치권에선 허 시장의 프로스포츠를 활용해 이와같은 효과를 노리는 전략이 처음이 아니라는 말도 나온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허 시장은 6.13 지방선거에서 새 야구장 베이스볼드림파크를 중구에 건립한다고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뒤 대전 전 지역을 대상으로 새 야구장 부지 선정 평가용역을 실시했다"며 "7월 중구가 최종부지로 확정되기 전까지 자치구 사이 경쟁이 벌어지는 등 대전지역의 주요 이슈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대전시티즌은 연간 100억 원의 예산 가운데 60억~70억 원을 시비로 지원받고 있다. 2015년 2부 리그로 강등되고 현재 10개 구단 가운데 9위에 머무는 등 성적이 좋지 않은데다가 신인 선수의 선발에서 점수 조작 의혹이 나오는 등 여러가지 문제가 계속 불거지면서 혈세 낭비 논란도 일고 있다.

허 대전시장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굴지 대기업과 대전시티즌을 기업구단으로 전환하기로 합의했다"며 "10월 안으로 업무협약을 맺고 올해 안으로 최종 확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