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금융지주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자회사 대신 손자회사로 카카오뱅크 지분을 넘기는 방안을 내놓자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있는 KT도 계열사로 지분을 확보해 케이뱅크 지배력을 넓히고 자본확충도 할 수 있다는 시선이 늘고 있다.
▲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
1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KT가 계열사를 통해 케이뱅크 지분을 더 확보할 가능성은 열려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위원회가 공정거래법 위반을 이유로 KT의 케이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함에 따라 KT는 케이뱅크 지분을 보통주 기준으로 현재의 10%보다 더 늘릴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KT가 계열사를 통해 케이뱅크 지분을 늘리는 방안 등을 들고오면 자세히 검토해 볼 것”이라며 “KT의 계열사를 통한 지분 확대나 이전 등이 이뤄질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이는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카카오뱅크 지분 이전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카카오뱅크 지분 이전에 성공할 가능성은 높게 점쳐진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이번 지분 이전을 위해 금융감독원 등과 3개월 넘게 협의한 끝에 손자회사인 한국투자자산밸류운용으로 카카오뱅크 지분 29%를 넘기는 방안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없게 됨에 따라 ‘플랜B’를 마련한 것이다.
금융감독원과 사전 교감이 있었다는 점에서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할 가능성도 높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카카오뱅크 지분 이전에 성공한다면 KT가 계열사를 통해 케이뱅크 지분을 확보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손자회사로 우회해 카카오뱅크 지분을 이전한 것과 KT가 계열사를 통해 케이뱅크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사실상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KT와 한국투자증권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늘릴 수 없는 같은 상황에 놓여있다”며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지분 우회는 인정하고 KT 계열사의 지분 확대에 문제를 제기한다면 특혜 시비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KT가 계열사를 통해 케이뱅크 지분을 늘릴 수 있다면 케이뱅크 자본 확충도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
KT는 다른 주주와 달리 지분 확대를 위해 케이뱅크에 자본을 투입하고자 하는 뜻이 분명하다.
윤경근 KT 최고재무책임자가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케이뱅크 지분을 34%까지 늘릴 의사가 있다”고 밝힌 이후로 KT는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해결돼 보통주 지분을 현재 10%보다 늘릴 수 있다면 케이뱅크의 유상증자를 이끌 수 있다는 뜻을 여러 차례 보였다.
반면 KT를 제외한 다른 주주들은 케이뱅크 유상증자에 적극적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케이뱅크가 올해 확충한 자본금은 KT의 보통주 지분율에 영향을 주지 않는 전환주를 한도까지 발행해 확보한 276억 원이 전부다.
7월 우리은행과 DGB금융지주가 주도하는 3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방안이 떠올랐지만 결국 DGB금융지주의 불참으로 무산되기도 했다.
케이뱅크는 1월 KT 주도로 59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하지만 KT의 공정거래법 위반 문제로 금융위가 KT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함에 따라 이 계획을 실행할 수 없게 되자 대출영업을 중단하는 등 심각한 자본위기를 겪고 있다.
KT 관계자는 "계열사를 통한 지분 확대 등을 놓고 정해진 것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