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의 중국판매 부진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으면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1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6월 현대차의 중국공장 판매량은 6만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8%나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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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기아차도 지난 6월 판매가 3만8천 대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5% 감소했다.
다른 글로벌 자동차회사들과 현지 자동회사들은 6월 판매량이 전년동기보다 늘었지만 현대기아차는 뒷걸음질한 것이다.
6월 중국 자동차시장에서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자동차회사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도요타는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7%나 급증했다. 혼다도 26.1% 늘었다.
GM도 0.4% 증가했다. GM은 중국에서 현대기아차와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현지 자동차회사들도 저가 SUV를 앞세워 판매량을 늘렸다. 장청자동차는 4.7%, 지리자동차는 22% 각각 증가했다.
현대기아차는 판매가 크게 줄면서 중국시장 점유율도 7.1%로 전달 대비해 1.8%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추정됐다.
◆ 현대기아차 “무리한 가격인하 안해”
중국은 현대기아차의 전체 판매량에서 가장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중국 판매량이 현대기아차의 전체 판매실적을 좌우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최근 중국 자동차시장은 경기둔화로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
6월 중국의 전체 승용차 판매도 143만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 줄었다. 중국에서 자동차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감소한 것은 2년 만에 처음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회사들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현지 자동차회사들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빠르게 시장을 확대해가고 있고 글로벌 합작기업들도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가격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다.
GM은 지난 5월부터 11개 차종의 가격을 일제히 내렸다. 현대차의 투싼과 경쟁차종인 상하이GM의 캡티바는 960만 원이나 할인된 가격에 팔리고 있다.
가격경쟁력이 중국시장 판매를 좌우하고 있는 셈이다.
정 회장은 다른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처럼 점유율 확대를 위해 현대기아차의 가격을 무리하게 인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는 이미 100%가 넘는 공장가동률로 안정적 수익기반을 갖추고 있다”며 “무리한 가격인하 대신 적당한 시기에 신차를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현대기아차는 무이자할부 대상 차종을 확대하고 기존에 현대기아차를 보유한 소비자가 차량을 바꿀 때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판촉활동도 강화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비수기인 7~8월 시장방어에 주력한 뒤 성수기에 판촉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