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중국 현지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식으로 조직을 개편하고 의사결정구조를 효율화하는 등 중국사업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최근 출범한 ‘중국 중장기 전략 태스크포스팀(TFT)’이 이를 진두지휘하는 조직이다.
이병호 현대기아차 중국사업 총괄사장을 비롯해 중국 현지 사정에 정통한 10여 명의 핵심 인력들이 투입됐다.
태스크포스팀은 1일부터 본격적 업무에 들어갔는데 중국 현지공장의 추가 감산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5월에 현대차의 베이징1공장과 기아차의 옌청1공장 등의 가동을 멈춰 연간 44만 대의 자동차 생산을 중단했는데도 불구하고 판매 부진이 지속됨에 따라 추가 구조조정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토모티브뉴스는 “현대차가 재디자인한 모델과 전기차를 도입함에도 불구하고 중국시장 점유율을 잃고 있다”며 “현대차의 판매 슬럼프가 계속되고 있다”고 9월 말 보도했다.
상하이 정보컨설팅기업인 중국승용차얼라이언스에 따르면 현대차의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의 8월 자동차 판매량은 5만8103대를 보였다. 2018년 8월보다 판매량이 18% 줄어든 것이다.
1~8월 누적 판매량은 38만276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감소했다.
태스크포스팀의 역할은 생산량 감축을 넘어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전략을 찾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팀 이름에 ‘중장기 전략’이라는 단어가 명시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기아차가 7월 기업설명회 자료를 통해 중국시장의 향후 전략을 놓고 “핵심 볼륨 신차 K3, 셀토스 등을 통해 판매 회복을 추진할 것”이라면서도 “단기적 실적 개선보다 중국의 실질적 재건을 위해 향후 3년에 걸쳐 근본적 체질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던 점에서도 현대차그룹의 의도가 읽힌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태스크포스팀의 중장기 전략 방향이 세워지는대로 이에 기초한 중국사업의 근본적 변화에 힘을 싣는 구조조정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 수석부회장은 중장기 전략을 수립했을때를 대비해 이를 실행하는 중국 현지조직의 빠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하는 사전작업도 이미 진행해 놓았다.
현대차는 7월30일 사업조직 재편을 통해 중국지주사 아래에 현대차와 기아차의 생산판매법인을 두기로 했다. 기존에는 중국사업총괄 아래에 중국사업본부를 두고 본부 소속으로 중국지주사와 각 회사의 생산판매법인을 뒀는데 이를 단순화한 것이다.
중국사업총괄과 중국사업본부의 역할이 일부 겹치는데 따라 중국사업본부를 과감히 해체한 것이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현대차는 중국지주사 아래에 최고사업책임자(CBO)와 최고전략책임자(CSO), 최고기술책임자(CTO), 최고대관책임자(CGO) 등의 자리도 새로 만들었다.
중국 현지시장의 흐름을 좀 더 세밀하게 파악하기 위한 인원들의 전진배치도 이미 이뤄졌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만 하더라도 국내에 120명이 넘었던 중국사업총괄조직의 임직원 규모를 4월 기준으로 40명 수준까지 줄였다. 이들은 중국 현지로 파견돼 현지 판매 반등을 위한 자구안을 마련하는데 투입됐다.
기아차는 중국 베이징현대에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일한 리펑 전 바오능그룹 상무부총경리를 중국법인 둥펑위에다기아 총경리에 9월 임명하는 등 현지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중국에서 부진하긴 하지만 현대차그룹으로서 여전히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며 “긴 호흡으로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9월23일 미국 뉴욕에서 특파원간담회를 열고 중국시장 현황을 묻는 질문에 “중국에서는 물량 공급이 과다해 우리도 공장을 하나씩 줄였다”며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큰 시장이며 곧 정리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2019년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는 2018년 기준으로 중국지역 임직원을 2017년보다 968명(5.1%) 줄였다. 기아차의 중국 임직원 수는 같은 기간 307명(5%) 감소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