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대우증권이 이르면 오는 9월 매각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대우증권은 자기자본 기준으로 증권업계 2위를 차지하는 대형 매물이다. 인수하려면 3조 원을 동원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규모가 크다 보니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만 인수여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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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 |
두 금융지주는 리딩뱅크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데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맞붙을지 주목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은 이르면 오는 9월 대우증권 매각절차를 시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대우증권 지분 43%를 보유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대우증권 매각에 대해 금융위와 협의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 시기를 정한 것은 아니다”라며 “오릭스에 현대증권을 매각하는 절차가 9월쯤 끝나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안에 매각절차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우증권은 올해 1분기 기준 자기자본 4조1578억 원의 대형 증권사다. 대우증권은 총자산과 순이익에서도 업계 1~2위를 다툰다.
대우증권을 인수하는 데 최대 3조 원을 들여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만한 자금 동원력을 갖춘 곳이 얼마나 나타날 것인가 하는 점이 매각 성공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증권의 9일 주가 1만4650원을 기준으로 KDB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증권 주식가치를 환산하면 약 2조 원에 이른다.
KDB산업은행은 대우증권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2조5천억~3조 원 사이에서 매각하기를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은 대우증권 인수후보 가운데 자본 동원력에서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박진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은 부채 등 위험자산과 비교해 자기자본이 차지하는 비율이 양호해 재무건전성이 좋은 편”이라며 “보유하고 있는 자본을 비은행회사 인수에 우선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KB금융은 자회사의 출자여력을 나타내는 이중레버리지 비율이 낮은 편이며 부채비율도 금융지주사 가운데 하위권”이라며 “KB손해보험이 출범한 뒤에도 2조8천억~3조4천억 원의 자본력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겸 KB국민은행장도 대우증권 인수에 의욕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회장은 대우증권 인수를 통해 KB금융의 비은행사업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윤 회장은 최근 “KB금융의 비은행사업을 강화하고 비이자수익을 늘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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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
KB금융이 대우증권을 인수해 KB투자증권과 통합한다면 1분기 기준으로 자기자본 4조7456억 원 규모의 증권자회사를 보유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자기자본 기준으로 현재 증권업계 1위인 NH투자증권(4조4213억 원)을 제치게 된다.
KB금융 관계자는 “대우증권에 관심이 있는 건 맞지만 구체적 매각 관련 조건이 밝혀져야 인수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도 자본력과 규모 면에서 대우증권 인수를 검토할 수 있는 후보로 꼽힌다.
하지만 신한금융은 증권업계 3위의 신한금융투자를 거느리고 있다. 신한금융이 대우증권 인수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증자를 추진할 경우 재일교포 주주들이 반대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신한금융은 일단 관망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대우증권 매각절차가 구체화하면 검토할 수 있지만 현재 대우증권 인수에 대해 별다른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