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그룹이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11일 이선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그룹 유상증자의 목적은 결국 승계”라며 “이번 유상증자는 표면적으로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주가 부양 의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은 승계가 목적인 신형우선주의 발행이 핵심”이라고 파악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유상증자는 경영권 승계가 목적"

▲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아모레퍼시픽그룹은 10일 공시를 통해 예정 발행가액 2만8200원에 신형우선주 709만2200주를 발행해 2천억 원을 조달하는 유상증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1600억 원은 아모레퍼시픽 지분 취득에 쓰고 나머지 400억 원은 차 브랜드 오설록 출자금 등으로 사용한다.

증자는 주주배정 뒤 실권주를 일반공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아모레퍼시픽 지배력 강화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설명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이 연구원은 봤다.

이 연구원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아모레퍼시픽 주식 매입은 지분율로 따지면 기존 35.4%에서 37.7%로 2.3%포인트 증가하는데 그친다”며 “사실상 총수 일가의 지분을 고려하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아모레퍼시픽 지배력은 현재도 충분히 의심할 수 없는 사안으로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지분 매입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바라봤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발행할 신주가 기명식 전환우선주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이 연구원은 “우선주는 평균적으로 보통주와 비교해 30~40% 할인된 값에 거래되기 때문에 지분율을 늘려야 하는 후계자 입장에서는 신형우선주를 싼 값에 매입해 향후 보통주로 전환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파악했다.

과거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승계를 목적으로 우선주를 활용했던 사례도 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2006년 발행한 아모레퍼시픽그룹2우B라는 우선주는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서경배 회장의 자녀인 서민정씨에게 증여된 전환우선주다. 2016년 12월 이 주식이 보통주로 전환되면서 서민정씨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지분 2.93%를 보유할 수 있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기명식 전환우선주를 발행 후 10년 뒤 1대 1의 비율로 보통주로 전환해주기로 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발행할 우선주에 배당되는 금액도 높아 총수일가의 승계재원으로도 활용될 가치가 큰 것으로 파악된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공시를 통해 이번에 발행할 신주에 우선배당금을 산정할 때 2019년 2.5%, 2020년 2.25%, 2021년 2%의 배당률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 연구원은 “향후 총수일가는 높은 배당금을 재원으로 추가 지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유상증자는 아모레퍼시픽의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이벤트”라며 “보통주인 아모레퍼시픽그룹 주식보다는 향후 상장할 아모레퍼시픽 신형우선주가 투자매력이 높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