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억' 광고모델 김연아의 위력  
▲ 김연아

김연아가 은퇴한다. 김연아(24)는 17일 은퇴 기념메달 발매 행사를 열 계획이었으나 세월호 참사로 행사를 오는 21일로 연기했다.
 
5조2350억 원. 김연아가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경제적 파급효과로 추정된 금액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계산이었다. 연금 및 포상금, 광고모델, 방송출연, 김연아의 이름을 딴 제품매출 등 직접 효과가 1조8201억 원이었다. 미디어 파급효과, 국가 이미지 홍보효과, 스폰서 노출효과, 산업 성장효과 등 간접효과가 3조4149억 원이었다.

김연아가 소치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했지만 그는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에 ‘별’로 남을 것이다. 그런 만큼 김연아는 한동안 광고계의 ‘스타’로 남을 공산이 크다.

김연아의 광고 위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있다. 소치올림픽이 끝나고 김연아 선수가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는 사진이 공개됐다. 대부분 운동복 차림인 여러 장의 사진 중 김연아가 팔에 도시락가방을 걸고 있는 사진이 있었다. 평범한 디자인이라 눈에 띄지 않는 도시락가방이었다.

하지만 그 도시락세트 제조사인 락앤락은 뜻밖에 대박이 났다. 사진이 공개되고 5일 동안 판매량이 평소보다 300% 급증했다. 김연아는 락앤락 제품의 모델이 아닐 뿐더러 공식자리에서 그 제품을 언급한 적도 없다.

김연아는 스포츠 선수가 광고모델 스타가 될 수 있는 조건을 완벽히 갖췄다. 대중적 관심이 큰 올림픽의 매력적 종목에서 메달을 딸 수 있는 실력의 선수였다. 게다가 사생활 관리도 철저해 대중적 호감을 샀다. 이런 조건이 업종을 가리지 않고 기업들이 광고모델로 김연아를 '모시고' 싶게 만들었다. 

◆ 은퇴 뒤에도 광고효과가 지속될까


"이제는 정말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한다. 아무런 미련도 없다." 김연아가 소치올핌픽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하자 국민 모두가 아쉬워했다.

하지만 광고업계는 김연아를 쉽게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다. 김연아가 그동안 보여준 광고위력이 절대적이었기 때문이다. ‘포스트 김연아’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광고업계의 시각이다.
 

  '1천억' 광고모델 김연아의 위력  
▲ 김연아가 지난 4일 부산에서 팬 사인회를 하고 있다.

김연아는 균형 잡힌 몸매와 호감형 얼굴만으로도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여기에 더해 국내의 열악한 환경을 딛고 세계 정상으로 우뚝 섰다는 스토리까지 갖추고 있다. 기업들은 자사제품에 김연아의 이미지를 입히고 싶었다.

정희윤 스포츠산업경제연구소 소장은 "스포츠 선수들의 경우 대중들에게 건강, 신뢰, 정직 등의 전달 효과가 있는데 김연아는 이 중 최상위 브랜드를 지닌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연아가 더 이상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 탓에 예전의 이미지를 유지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광고모델로서 김연아의 입지도 예전과 달라질 것이다. 김연아는 은퇴 뒤에도 여전히 매력적 광고모델로 남을 수 있을까.


이전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 김연아는 2010년 밴쿠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모델료가 10억 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은퇴설이 돌자 몸값은 7억 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복귀를 선언하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자 몸값이 다시 14억 원까지 뛰었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들은 국외에서 경쟁해 이기는 것을 보면서 좋아한다"며 "김연아가 은퇴하면 그런 게 없어져 아무래도 광고효과는 떨어진다"고 말했다.


◆ 30여개 기업, 160여 편의 광고모델로 활약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KOBACO)의 '2013 소비자행태조사'를 보면 2009~2011년 3년 동안 연속해 김연아는 최고의 광고모델로 꼽혔다. 2012년 싸이에게 잠시 1위를 내줬지만 2013년 다시 1위를 탈환했다. 가수 이승기와 탤런트 김태희도 김연아에 밀렸다.

김연아는 2007년부터 광고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30개가 넘는 기업의 모델로 활동했으며, 160여 편의 광고를 찍었다. 모델을 맡은 제품 분야도 전자, 금융, 정유, 식음료, 화장품, 의류 등으로 다양하다.

국내에서 스포츠 스타들이 건강제품이나 먹는 음식 중심으로 광고모델을 했던 점과 비춰보면 많이 다르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류현진조차 라면과 치킨의 광고모델로 등장했다.

소치올림픽이 끝나 은퇴를 선언한 현재도 김연아는 삼성전자, KB금융그룹, 프로스펙스, E1, 로만손, 동서식품 등 6개 기업의 광고모델로 등장한다.

김연아의 몸값은 보통 광고 한 편당 1년 동안 10억 원 내외로 추정된다. 국내 최정상급 연예인의 광고료 수준이다.

  '1천억' 광고모델 김연아의 위력  
▲ 김연아의 운동화 광고
지난해 8월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김연아의 1년 수입을 1400만 달러(약 156억 원)으로 추산했다. 상금과 각종 광고출연을 합친 금액이다. 전 세계 여성 스포츠스타 중 6위다. 1위는 미녀 테니스 선수로 유명한 마리아 샤라포바로 연간 수입은 2900만 달러(약 311억 원)다.

이런 자료를 기초로 추산하면 김연아가 그동안 광고 등으로 벌어들인 돈이 1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포털사이트에 김연아를 검색하면 김연아 운동화, 김연아 귀걸이, 김연아 에어컨 등 연관검색어가 셀 수 없이 많다. 그가 광고모델로 나선 제품들이다. 이 제품들은 회사가 붙인 제품명은 의미가 없다. 대신 ‘김연아 ○○○’라고 불린다. 그리고 불티나게 팔려나간다.


◆ 김연아 운동화 : 3류 이미지를 단번에 해결한 프로스펙스


김연아는 2012년 초부터 현재까지 스포츠브랜드 프로스펙스의 워킹화 모델로 활동 중이다. 2011년 980억 원이던 워킹화 매출이 김연아의 광고 후인 2012년 1400억 원으로 43% 가량 늘었다. 2013년 매출 1800억 원을 기록하며 또 30%가량 매출이 증가했다.


프로스펙스는 국제상사가 1981년 만든 브랜드다. 한때 국내시장 판매율에서 나이키와 아디다스를 앞지를 정도로 잘 나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품질관리에 실패해 잊혀진 브랜드가 됐다. 프로스펙스는 가끔 창고세일 등에서 찾아볼 수 있는 '싸구려 제품'으로 전락했다.


그러다 지난 2007년 LS그룹이 국제상사를 인수해 LS네트웍스라는 새로운 이름을 달았다. 그 후 LS네트웍스는 프로스펙스를 통해 워킹화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 하지만 프로스펙스의 3류 이미지를 개선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었다. 이 어렵고 큰 과제를 김연아가 해결했다.


업계 관계자는 프로스펙스가 김연아를 모델로 기용한 2012년 당시 "프로스펙스가 10억 원 정도를 모델료로 썼다"며 "의류 매출을 제외하고 신발만으로 단순 계산해도 한 달에 20억~30억 원은 거뜬하게 넘어서니 결과적으로는 남는 장사"라고 평가했다. 프로스펙스는 김연아와 내년 2월까지 계약을 연장했다.


◆ 김연아 귀걸이 : 해외진출 기반을 닦은 제이에스티나


김연아는 대부분의 시합에 귀걸이를 착용하고 나온다. 카메라가 연기를 펼치는 김연아의 얼굴을 클로즈업 할 때면 자연스럽게 귀걸이도 부각된다. 김연아가 착용하는 귀걸이는 모두 제이에스티나 제품이다.


  '1천억' 광고모델 김연아의 위력  
▲ 김연아의 제이에스티나 광고
제이에스티나는 토종브랜드 로만손의 쥬얼리 브랜드다. 로만손의 시계사업이 2000년대 들어 정체를 맞자 이를 돌파하기 위한 수단으로 2003년 만들었다. 로만손은 2008년에 제이에스티나의 첫 공식모델로 김연아를 선택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제이에스티나는 지난해 기준 로만손 전체 매출의 51%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제이에스티나 관계자는 "제이에스티나는 김연아 선수와 오랜 후원 계약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가 크게 상승했다"며 "김연아 선수가 착용한 제품은 노출 이후에 판매율이 수직상승하며 완판 기록을 이어나간다"고 설명했다.


김연아 효과를 바탕으로 제이에스티나는 해외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해 2011년 미국에 첫 매장을 열었다. 미국진출 당시 김기석 사장은 "그동안 해외진출을 신중하게 준비해 왔다"며 "김연아 선수가 밴쿠버 동계올림픽 내내 제이에스티나 제품을 착용해 브랜드를 비교적 쉽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와 때가 익었다"고 말했다.


미국진출 이후 제이에스티나는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중국 등의 면세점에 연이어 입점하며 해외시장을 확대해 나가는 중이다.


◆ 김연아 에어컨 : LG전자의 아성을 위협한 삼성전자


김연아는 가전제품 시장을 양분하는 삼성과 LG의 구도도 바꾸어 놓았다. 2008년 기준 세탁기와 에어컨은 LG전자가 강세를 보였고, TV와 냉장고는 삼성전자가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2012년부터 삼성전자는 에어컨 부문에서도 LG전자를 앞섰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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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아와 브라이언 오서 코치가 함께 출연한 에어컨 광고
LG는 반박자료를 내놨다. 시장규모를 객관적으로 검증할 조사자료가 없다보니 빚어진 현상이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전통적 강자였던 LG에어컨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삼성 에어컨이 약진하는 원인으로 김연아를 이유로 꼽는 사람이 많다. 2010년 밴쿠버 올림픽이 열리기 직전 삼성전자 관계자는 "김연아 선수의 선전이 삼성 에어컨 사업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연아가 우승한 이후 삼성전자는 김연아와 함께 브라이언 오서 코치도 에어컨 광고에 출연시켜 효과를 극대화했다. 한국방송공사가 2010년 6천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김연아의 에어컨 광고는 가장 기억에 남는 광고 1위에 올랐다.


김연아는 2009년부터 삼성의 에어컨 광고를 맡아왔다. 김연아 효과를 실감한 삼성전자는 1년씩 재계약하는 관례를 깨고 2011년 3년 계약을 맺었다. 현재 김연아는 6년째 삼성 에어컨의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LG 에어컨은 2011년부터 리듬체조 선수 손연재를 모델로 기용해 김연아에 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