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합병 난기류, 삼성중공업 합병실패 전철밟나  
▲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왼쪽)과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계획에 먹구름이 잔뜩 껴 있다.

삼성그룹은 두 회사의 합병 시너지를 강조하며 주주친화정책과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았다.

그러나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반대공세 속에 합병이 성사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합병 성사는 오는 17일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 표대결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11월17일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을 추진하다 쓴맛을 봤다.

두 회사는 당시 이사회에서 합병안까지 통과시켰으나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결정적 패인은 국민연금 등 주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데 있었다.

국민연금은 주총에서 합병 결의안에 기권표를 던졌고 주식매수청구권 신청 마감일이던 지난해 11월17일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두 회사 주가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을 밑돌자 국민연금은 물론이고 기관,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청구권을 행사한 것이다.

두 회사는 합병을 선언하면서 “미래 핵심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는 해양 플랜트분야에서 초일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육상과 해양을 아우르는 초일류 플랜트기업으로 성장해 나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또 합병 뒤 매출 기준으로 2013년 25조 원에서 2020년 40조 원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도 내놓았다.

그러나 주주들은 이를 믿지 않았다. 두 회사 모두 부채비율이 높은 데다 실적도 부진한 상황에서 장밋빛 전망이 먹혀들지 않은 것이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과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지난해 9월1일 합병을 결의한 뒤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두 사람은 지난해 9월30일 공동기업설명회를 열어 합병 시너지를 거듭 강조했다.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수뇌부의 행보와 데자뷰인 셈이다.

당시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그룹이 추진한 합병계획이 무산되자 삼성에 대한 시장의 경고라고 풀이했다. ‘삼성이 하면 기준이 된다’는 통념이 깨질 수 있다는 전례를 남겼다는 것이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은 사실 ‘이재용 체제’를 위한 마스터플랜의 일부로 추진된 사업재편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두 회사에 대한 오너 지분이 없다는 점에서 지배력 강화와 다소 무관한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적어도 합병실패가 남긴 교훈 한 가지는 확실했다.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어떤 시도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슈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엘리엇매니지먼트의 합병반대로 촉발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공방은 최종 표대결 결과와 관계없이 삼성그룹이 불과 8개월 만에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실패의 교훈을 잊은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낳게 한다.

삼성물산 지분 2.11%를 보유한 일성신약의 윤병강 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반대 입장을 밝히며 이렇게 지적했다.

"확실하지 않은 미래의 가치를 제시하며 그저 믿고 따라오라고 말하는 것은 제대로 된 설득이 아니다. 단 1주를 가지고 있어도 그 사람은 회사의 주주다. 삼성물산이 조금 더 주주들의 중요성과 권리를 인정해주길 바란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합병에 실패한 뒤 주가와 실적이 모두 부진하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7월 말 주가가 3만 원에 육박하기도 했으나 합병결의가 나온 9월 1일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특히 지난해 11월19일 합병무산 발표 이후 주가가 큰 폭으로 빠지면서 연말 2만 원대가 무너졌다.

삼성중공업 주가는 올해 들어 단 한 차례도 2만 원 고지를 밟지 못했다. 삼성중공업 주가는 지난달 17일 최저점인 1만6500원을 기록한 뒤 소폭 반등에 그치며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삼성중공업 주가는 8일 1만8100원에 장을 마쳤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조선업 침체 여파로 영업이익도 1830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삼성중공업은 2012년 1조2057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기도 했는데 이때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은 곤두박질친 것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 합병실패 이후 삼성중공업의 매각설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합병무산에 따른 주가 하락폭이 더욱 컸다.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지난해 7월 초 7만8600원으로 최고점을 찍기도 했다.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그 뒤 내리막길을 걷다 삼성중공업과 합병 호재에 힘입어 잠시 반등했다.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지난해 11월 초 합병이 무산된 뒤 주가가 빠지기 시작해 올해 1월26일 2만8750원으로 합병추진 전보다 반토막났다.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8일 3만19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