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은 특히 24시간 공장 가동이 필수적 장치산업의 특성상 회사쪽이 추진하는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와 같은 방식의 임금체계 개편이 조합원들의 실질임금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1일 현대제철 노사에 따르면 2일 충남 당진제철소에서 14차 임단협 본교섭이 열린다.
6월19일 상견례 이후 100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노사협상에서 서로 입장차만 확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기 본교섭에서도 의견 접근이 이뤄지기 힘들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대제철 노사협상의 쟁점은 임금체계 개편과 임금인상 논의를 별도로 할지 아니면 통합해 진행할지 여부다.
현대제철은 최저임금법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임금체계 개편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현대제철은 현재 해마다 조합원들에게 지급하는 상여금 800%(기본급 대비) 가운데 명절 상여와 여름휴가비 명목으로 지급되는 150%를 제외한 650%를 두 달에 한 번씩 나눠 지급하고 있다.
상여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는 달에는 기본급만 지급받기 때문에 최저임금법을 충족하지 못하는 노동자가 생겨난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만 해도 300명가량의 노동자들이 여기에 해당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제철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대차와 기아차 노사가 합의한 방식의 임금체계 개편을 원하고 있다. 두 달마다 한 번씩 지급하던 상여금을 반으로 쪼개 매달 주는 대신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자는 것이다.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임금체계 개편에 따라 ‘미래 임금 경쟁력 및 법적 안정성 확보 격려금’ 등의 명목으로 일시금을 추가로 줄 수 있다는 의견도 내비치고 있다. 현대제철은 이러한 임금체계 개편에 노조가 동의해준다면 임단협에서 임금인상과 성과급 등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는 회사의 요구가 부당하다고 본다.
노조 관계자는 “현대차나 기아차 노사가 통상임금 관련 임금체계 개편에 동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동차산업의 특성상 주간연속2교대제가 가능하고 잔업과 특근 등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철강산업은 고로를 24시간 돌려야하기 때문에 근무제도 개편 없이는 임금체계 개편을 논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현재 4조3교대제 근무 형식으로 공장을 24시간 가동하고 있다. 한 조당 1주일 노동시간을 따지면 42시간인데 근로기준법상 2시간의 추가 노동이 필수적이다.
근무제도에 손을 대지 않고 임금체계만 개편하게 되면 2시간의 추가 노동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실질임금이 하락하게 되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노조는 주장한다. 통상임금은 초과근로수당과 연차휴가유급수당 등을 산정하는 기준으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 이경연 전국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지회 지회장.
특히 통상임금 소송에서 현대제철 노조가 회사에 승소한 상황이라 회사의 요구를 받아들일 이유가 전혀 없다고 노조는 본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는 현재 5조3교대제 등의 근무 형식과 연계해 임금체계 개편을 임금체계개선위원회라는 별도 기구에서 논의하자고 요구하고 있다”며 “절대 임금체계 개편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며 단지 임단협에서는 임금인상에 집중하자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제철은 현재 박종성 당진제철소장 부사장을 교섭대표로 교섭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안동일 대표이사 사장이 교섭에 직접 참석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임단협을 서둘러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는 강하다고 볼 수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통상임금과 임금체계 개편 등은 노사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원만한 합의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9월26일 열린 13차 본교섭에서 노조에 기본급 동결 카드를 내밀었다. 임금협상안을 최초로 노조에 내놓은 것인데 노조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라며 일축했다.
박형춘 전국금속노조 인천지부 현대제철지회 지회장은 9월30일 담화문을 내고 “지난 교섭에서 회사의 전향적 안을 기대했지만 예상대로 민심과 동떨어진 안이 제시됐다”며 “열심히 일한 만큼만 받겠다는 소박한 기대를 참을 수 없는 분노로 바꿔버린 사측의 제시안은 올해 임금협상 투쟁의 볼쏘시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