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원 LIG그룹 회장이 LIG손해보험을 조속히 매각하라는 범LG가문의 압박을 받고 있다.

구 회장은 LIG건설의 사기성 기업어음 피해자 보상을 위해 범LG가문으로부터 1600억 원을 빌리면서 LIG손보를 매각해 갚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LIG손보 매각에 대한 구 회장의 진성성에 의심이 제기되면서 범LG가가 LIG손보 매각을 재촉하고 있다.

  범LG가로부터 LIG손보 매각 압박받는 구자원  
▲ 구자원 LIG그룹 회장
18일 인수합병업계에 따르면 범LG가문 일부가 중심이 돼 LIG손보 매각을 위한 자문사로 리자드코리아를 선정했다. 리자드코리아는 지난해 출범한 인수합병 및 금융 자문사로 최근 현대그룹 LNG사업부 매각을 주관했다.


리자드코리아는 이미 LIG손보 경영진이 인수 후보자들에게 회사상황을 설명하는 자리에 참석했고 범LG가문에 진행현황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도 LIG손보 매각 주관사인 골드만삭스와 협조해 LIG손보 매각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범LG가문이 리자드코리아를 앞세워 LIG손보 매각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구자원 회장에게 빌려준 돈을 회수하기 위해서다.


구 회장은 지난해 말 범LG가문 일부로부터 1600억 원을 빌렸다. LIG건설의 사기성 기업어음 피해자들에게 피해액을 보상해주기 위해서였다. 구 회장은 애초 LIG손보 지분 일부를 매각하거나 담보로 대출을 받아 보상액을 마련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분을 매각하면 경영권이 위협을 받는 상황이고, 지분을 담보로 대출받으니 이미 금융권에 담보로 제공한 지분이 많아 보상액을 마련하기가 여의치 않았다.

이에 따라 구 회장은 범LG가문에 도움을 청했다. 당시 구 회장은 LIG손보 지분을 매각해 돈을 갚겠다고 약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구 회장이 구씨 형제들에게 돈을 빌리는 것은 매각하는 데 몇 달이 걸리기 때문에 그 전에 돈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라며 “어떻게 갚을 것인가를 보여주기 위해 LIG손보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 회장은 범LG가문으로부터 빌린 돈으로 피해액 상당부분을 보상했다. LIG그룹은 지난해 12월 “LIG건설 기업어음 투자자 피해보상이 97% 마무리됐다”며 “LIG건설 기업회생 신청으로 피해를 본 CP 투자자 700명 중 679명과 합의해 피해액 2100억 원 가운데 1956억 원 보상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구 회장이 대주주로서 이례적으로 투자자의 손해액을 보상하고 나선 것은 재판에서 감형받기 위한 전략이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실제로 구 회장의 이런 전략은 통했다.


구 회장은 LIG건설 재정상태가 부실한 걸 알면서도 사기성 기업어음을 발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2월 항소심에서 징역 3년과 집행유예 5년으로 감형됐다. 당시 재판부는 구 회장이 피해자 보상에 적극 나선 점을 인정해 감형된 양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구 회장이 판결을 받고 난 뒤 LIG손보 매각이 진행되기는 했다. 하지만 LIG손보는 매각가격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구 회장이 LIG손보 경영권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구 회장이 애초 LIG손보 매각을 결정한 이유는 피해자들에게 보상액을 지급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재판과정에서 피해액을 상당 부분 보상했기 때문에 구 회장으로서 LIG손보 경영권에 다시 욕심을 낼 상황이기도 했다. LIG손보는 LIG그룹의 알짜 계열사이자 그룹의 모태가 되는 계열사였다.


더욱이 LIG손보 예비입찰이 흥행에 실패하고 LIG손보 노조까지 매각 후보자들을 반대하고 나서면서 LIG손보 매각이 현실화되지 못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범LG가문은 구 회장을 돕는 차원에서 돈을 빌려줬다. 하지만 구 회장이 진심으로 LIG손보를 매각할 생각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데다 LIG손보 매각도 난항을 겪게 되자 빌려준 돈을 회수하기 위해 이번에 자문사 선정이라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LIG손보 매각이 차질을 빚게 되자 돈을 빌려준 범LG가문과 구 회장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