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투자가 리서치 연구원의 선행매매 의혹에 휩싸이며 ‘리서치 명가’로서 명성에 상처를 입게 됐다.
20일 증권업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하나금융투자가 선행매매 의혹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조사를 받게 되자 증권사 연구원들 사이에서 여러 말이 나온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조사하고 있는 사안이라 결과가 나와야 (자세한 사항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꼈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2~3개월 전부터 공공연한 사실로 얘기가 돌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여의도의 한 대형 증권사 리서치 연구원이 보고서를 내기 전 선행매매를 통해 100억 원의 가까운 수익을 봤고 이를 통해 부동산을 구매하려다 덜미가 잡혔다는 것이다.
선행매매는 사전에 입수한 주식 정보를 바탕으로 미리 주식을 사고 파는 행위를 말한다. 일반투자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자본시장법상 엄격히 금지된다.
금감원이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특사경) 부서를 만든 뒤 첫 번째 조사대상으로 이번 사건을 선정했다는 점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의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준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 특벌사법경찰 부서가 다루는 첫 사건인 만큼 이목이 집중돼있어 상당히 신중하게 접근했을 것"이라며 "특별사법경찰 역시 검찰로부터 지휘를 받는 형태인 만큼 어느 정도 정황적 근거가 확실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이번 사안으로 그동안 쌓아온 ‘리서치 명가’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하나금융투자는 그동안 증권사 리서치업계에서 ‘인재사관학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리서치역량을 인정 받아왔다. 이는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대표이사 사장의 기조와도 맞물려 있다.
평소 이 사장은 “증권사의 핵심은 리서치 역량”이라고 강조하며 비용절감을 이유로 증권사들이 리서치센터 규모를 줄이던 시기에도 오히려 리서치센터 인력을 충원하며 역량을 강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증권사 연구원의 가장 큰 덕목으로 꼽히는 도덕성과 관련한 잡음이 나오면서 하나금융투자의 신뢰성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리서치센터의 연구원은 개인투자자뿐만 아니라 자산운용사 등 법인을 상대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신뢰성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힌다.
한 금융투자업계의 관계자는 “연구원의 보고서 내용에 따라 주가가 크게 오르내리는 등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증권사에서는 연구원들의 ‘도덕성 해이(모럴 해저드)’를 경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진국 사장도 이번 사안으로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 내 준법감시 절차를 강화하는 등 내부 관리감독에 더욱 힘을 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14년 몇몇 증권사 연구원이 CJENM 정보를 사전에 받아 주식을 사고판 행위가 벌어진 직후 한국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등은 회사의 내부통제 장치를 강화했다.
연구원 평가항목에 내부통제(컴플라이언스) 준수 여부를 추가하고 외부 미팅내용을 홈페이지에 공유하도록 하는 등 리서치센터 업무절차의 관리 수준을 높인 것이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아직 금감원의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은 데다 이번 사건이 사실로 밝혀진다 하더라도 개인의 잘못된 판단이었을 뿐 회사 혹은 리서치센터 전체의 책임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