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서울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을 시정하라는 일본 정부의 요구를 반박하면서 ‘극일’을 거듭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29일 서울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일본이 과거사를 보는 태도가 정직하지 못하다”며 “아시아 여러 나라의 불행한 과거사가 있었고 가해자가 일본이라는 점은 움직일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말했다.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27일 기자회견에서 1965년 한국-일본 청구권 협정을 근거로 한국 정부에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을 시정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한국이 역사를 바꿔서 쓰려 한다면 불가능하다”고 말한 데 맞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일본은 경제보복의 이유도 정직하게 밝히지 않으면서 근거 없이 말을 수시로 바꾸며 경제보복을 합리화하려 하고 있다”며 “일본 정부가 어떤 이유로 변명하든 과거사를 경제문제와 연계한 것이 분명한데도 (부정하는 것은) 대단히 솔직하지 못한 태도”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반성하지 않고 역사를 왜곡해 피해자들의 상처와 아픔을 덧내고 있다고 봤다. 일본이 독도를 일본 영토로 주장하는 점도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은 과거 직시로 출발해 세계와 협력하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며 “독일이 과거를 진솔하게 반성하고 잘못을 시시때때로 확인하면서 이웃 유럽 국가와 화해해 국제사회에서 신뢰받는 나라가 됐다는 점을 일본은 깊이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 정부가 28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시행령을 시행한 점과 관련해서도 유감을 나타내고 내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단기·중기대책을 빈틈없이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2020년도 정부 예산안과 관련해 일본의 경제보복과 글로벌 경기 하강,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같은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재정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수출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나라가 대외 충격을 흡수하려면 혁신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선도형 경제로 체질을 전환하는 일이 시급하다”며 “이를 위해 재정이 과감하고 적극 나서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짚었다.
경제가 어려워질 때 재정지출을 늘려 취약계층을 보호하면서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는 일도 재정 본연의 기능이라고 바라봤다. 이에 따라 정부가 대내외적 상황과 재정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2020년도 정부 예산안을 확장적으로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예산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강한 경제와 강한 나라로 가는 발판을 만드는 데 특별히 주안점을 뒀다”며 “신산업 육성과 미래 성장동력을 중심으로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확대하는 등 혁신성장 속도를 높이는 재정투자에 역점을 뒀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경제보복이 아니더라도 우리 경제가 가야 할 방향이었는데 일본의 보복이 그 방향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줬을 뿐”이라며 “향후 국회 예산심사가 국민의 눈높이에서 원만하게 이뤄지도록 국회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