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이 일본 히타치케미칼 인수를 검토하는 것은 기존 수직계열화 방식의 사업 다각화에서 탈피해 배터리와 반도체 소재 등 고수익 특수분야로 사업을 넓히려는 시도로 보인다.
경기변동에 따라 수익변화가 큰 전통적 석유화학산업 구조와 다른 고부가 특수소재를 통해 수익 안정화를 모색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26일 석유화학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롯데케미칼은 일본 히타치케미칼의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히타치그룹은 히타치케미칼의 보유지분 51.2%를 전량 매각하는데 인수금액은 약 7조~8조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롯데케미칼의 이런 행보는 고수익 특수화학 제품으로 사업분야를 넓히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히타치케미칼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에 쓰이는 에폭시 수지와 배터리 음극재에 쓰이는 인조흑연 등 고부가 특수제품을 생산한다.
이 소재들은 기술 보유업체가 몇 개 안되는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이라 범용 석유화학제품보다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히타치케미칼 인수전과 관련해서 “현재로선 구체적 사항을 밝힐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번 히타치케미칼 인수 검토 이전까지 롯데케미칼은 수직계열화 방식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해왔다.
롯데케미칼은 2016년 삼성SDI 화학부문과 삼성정밀화학을 인수해서 롯데첨단소재와 롯데정밀화학을 설립했다.
롯데케미칼은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을 생산해 롯데정밀화학에 납품해 고부가제품 에피클로로히드린을 생산했다.
롯데케미칼이 폴리에틸렌(PE) 등 범용 제품을 생산하면 롯데첨단소재는 이를 원료로 폴리카보네이트(PC),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타이렌(ABS) 등 고부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제품을 생산한다.
롯데케미칼은 2020년 1월에는 100% 자회사인 롯데첨단소재를 합병해서 폴리카보네이트 생산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이처럼 롯데케미칼은 범용제품에서 고부가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점차 확대해왔는데 히타치케미칼이 생산해온 반도체와전기차 배터리 소재는 기존 롯데케미칼의 수직계열화 품목과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
석유화학업황 불황에 따른 사업 불안정성 해소를 위해 기존 수직계열화 품목과 전혀 다른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지금까지 LG화학이나 한화케미칼 등 다른 석유화학 업체들이 전기차 배터리나 태양광 소재 산업에 진출할 때도 롯데케미칼은 상대적으로 전통적인 석유화학 제품군을 고수하면서 원료를 다변화하는 방식으로 활로를 찾았다.
그러나 석유화학업황이 불황기에 접어들면서 원료 다변화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혔다.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업황이 불황이던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영업이익이 4000억 원대를 오르내리다가 다시 업황이 호황으로 접어든 2015년부터 2018년까지는 영업이익이 2조 원 대를 웃돌았다.
이후 다시 경기가 둔화하면서 롯데케미칼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3461억4878만 원으로 2018년 2분기보다 50%나 감소했다.
이처럼 석유화학업황에 따라 불안정한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별도 분야의 고부가제품 생산으로 사업 다각화를 해야하는 필요성이 대두됐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기존 범용제품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부가 스페셜티(특수제품) 분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이 히타치케미칼 인수에 성공한다면 일본의 한국을 향한 수출규제에 따른 우리 정부의 국산화 움직임 속에서 일본에 의존도가 컸던 소재시장에서 선점효과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업계에서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석현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