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26일 금융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외적 여건이 7월 기준금리 인하 뒤 계속 악화하고 있지만 이 총재가 8월 기준금리 인하를 결단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주열, 대외여건 악화에도 기준금리 8월 동결 가능성에 무게 실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이 총재는 7월18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융시장의 예상을 깨고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낮췄다.

기준금리 인하의 주요 이유로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에 따른 세계 교역 위축과 한국을 향한 일본의 수출규제가 제시됐다.

7월 금융통화위원회 이후에도 기준금리 인하의 이유로 제시된 대외적 상황들은 더욱 악화했다. 

미국 재무부는 5일 중국 정부가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달러를 넘어서는 ‘포치(破七)’를 용인하자 중국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중국 정부도 이에 꾸준히 위안화 절상 고시를 하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23일에는 추가 관세 조치를 주고받기도 했다.

한국과 일본 사이 관계도 더 나빠졌다. 한국 정부의 대화 노력에도 일본 정부는 외교적 결례 수준의 무시로 일관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도 한국과 일본 군사정보 보호협장(GSOMIA) 종료, 독도 방어훈련 등으로 강경하게 대응했다.

금융업계에서 이런 대외상황 악화를 놓고 이 총재가 7월에 이어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연달아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시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경제 상황과 정책여력, 원/달러 환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등을 고려하면 이 총재가 연내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하하더라도 8월은 이르다고 보는 데 무게가 실린다.

현재 한국경제의 상황을 놓고는 불확실성과 성장세 둔화 우려가 커진 것은 분명하지만 두 달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만큼 긴박한 상황까지는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2개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내린 사례는 2001년 IT버블 및 9·11테러,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단 두 차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한국은행의 고심이 상당할 것”이라며 “7월 의사록을 고려하면 8월에 기준금리가 동결되더라도 소수의견은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1200원 이상으로 높아진 원/달러 환율은 이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를 망설이게 하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기준금리 인하는 원화 가치를 낮춰 원/달러 환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게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듯한 태도를 보이는 점도 이 총재가 8월에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하지 않을 가능성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3일 잭슨홀 연설에서 “미국 경기의 확장을 위해 적절하게 행동할 것”이라는 원칙 수준의 발언을 했다.

금융시장은 파월 의장의 연설을 놓고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인하의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신호로 해석했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이후 한국 등 관찰대상국의 통화 및 외환정책 운신의 폭이 줄어들었다”며 “사실상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를 앞서 나가는 대응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가 8월에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일 뿐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10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본다”며 “2회 연속 기준금리 인하 사례가 제한적이고 대외 금융시장의 불안이 중첩된 상황이라 미국 연준의 태도를 확인 한 뒤 조치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우리라 여겨진다”고 말했다.

8월 금융통화위원회는 30일 열린다. 8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제외하면 올해 안에 남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0월17일, 11월29일 두 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