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호 CJ올리브영 대표가 내실을 다지면서 올리브영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1999년 국내 최초로 신사점을 개장하면서 드럭스토어 시대를 열었던 CJ올리브영은 지난해부터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무리한 출점과 과도한 경쟁으로 부채비율이 300%를 넘어섰다. 허 대표는 올해 외형확장보다 내실을 강화하기로 했다.
드럭스토어는 약국에서 팔던 일반 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 외에도 화장품이나 생활용품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복합매장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미용 관련 제품을 주로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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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민호 CJ올리브영 대표 |
드럭스토어 시장은 성장하고 있으나 경쟁도 치열하다. CJ올리브영이 1999년 처음 매장을 낸 뒤 GS의 왓슨스, 코오롱웰케어의 더블유스토어 등 현재 전국에 600개가 넘는 매장이 생겨났다. 시장 규모는 2008년 매출 1100억 원 수준에서 지난해 7천억 원으로 커졌다.
CJ올리브영의 경영실적이 악화된 가장 큰 이유는 무리한 점포 확장이다. 2010년 92개였던 점포가 375개까지 늘어났다. 자연이 판매촉진비나 판매관리비가 늘었다. 몸집 불리기에 성공했지만 그 몸집을 유지하는 비용이 커진 것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 등 도심 한가운데 매장을 내야 하는 탓에 임대료도 큰 부담이다.
경기침체의 영향도 컸다.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화장품 등 미용상품은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데다 저가 브랜드숍과 경쟁도 치열하다. 한 달에 한번 이상 세일을 하는 저가 브랜드숍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외국과 달리 국내 드럭스토어는 주 품목인 일반의약품을 판매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화장품, 음료 등으로는 수익을 내야 한다. 미용상품의 판매 비중이 높아 국내 드럭스토어는 헬스뷰티전문점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특히 2012년부터 대형마트와 편의점에 대한 규제가 확대되면서 이마트나 롯데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드럭스토어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코오롱의 ‘더블유스토어’, 롯데의 ‘롭스’, 이마트의 ‘분스’ 등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기존에 양강체제를 구축했던 올리브영과 왓슨스는 시장을 지키기 위해 출혈을 피할 수 없었다.
허 대표는 올해 내실경영으로 돌아섰다. CJ올리브영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추가출점 등 투자중심이었다면 올해는 뿌린 씨를 거둔다는 심정으로 내실 다지기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CJ올리브영이 전체 드럭스토어 시장에서 60.4%의 비중을 차지한 만큼 이제 외연확장보다 수익 늘리기에 주력하겠다는 뜻이다.
CJ올리브영은 화장품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하는 등 화장품 전문매장과 경쟁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올해 화장품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경쟁을 벌여 우위를 차지하기로 했다. 매년 1회 진행하던 대규모 할인행사를 지난해부터 3번으로 확대하거나 다른 화장품 매장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친환경 화장품, 수입화장품을 매장에 내놓는 것도 모두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허 대표는 2008년부터 CJ올리브영을 이끌고 있다. 신세계백화점과 동화면세점을 거친 유통전문가다. 만년 적자에 시달리던 올리브영을 공격적 전략을 통해 흑자로 탈바꿈한 일등공신으로 꼽히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