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제품도 사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적극적으로 롯데제품을 불매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나온다.

롯데그룹은 최근 한국과 일본의 갈등 상황에서 ‘일본기업’ 꼬리표가 다시 한 번 부각되면서 그룹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롯데는 한국기업’ 신동빈 호소가 공감을 얻기 위해 먼저 해야할 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해묵은 과업을 해결하지 못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7일 일본 정부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했다. 

일본이 경제보복을 가해오면서 한국에서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등 반일감정이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오랫동안 일본 기업이라는 논란이 있어온 롯데그룹의 '국적 문제'에 다시 한국 소비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이 1948년 일본에서 세운 껌 제조회사에서 출발해 롯데상사, 롯데부동산, 롯데물산, 주식회사 훼밀리 등 유통업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그 뒤 1965년 한국으로 건너와 롯데제과를 설립하고 백화점과 호텔 등 유통업을 중심으로 중공업, 건설, 화학 분야로 진출하면서 한국 재계 5위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다만 롯데그룹의 국적논란은 기업의 시작이 일본이었다는 점보다는 현재도 한국 롯데그룹이 일본 롯데그룹의 영향력 아래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에 뿌리를 두고 있다.

50여 년 동안 한국 롯데그룹 지배구조 상단에서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해온 호텔롯데 지분의 99%가량이 일본 롯데홀딩스 등 일본계 주주의 손안에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등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모두 한국 법에 따라 한국에 본점을 두고 설립돼 한국 정부에 법인세 등 세금을 내고 있는 데도 롯데그룹이 한국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모두 일본으로 흘러들어간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온다.

신 회장이 직접 “롯데는 매출의 95%를 한국에서 내는 한국기업”이라고 호소해도 한국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본 롯데그룹과 관계는 신 회장이 한국에서 사업을 펼쳐나가는 중요한 고비 때마다 늘 약점으로 꼽혀왔다.

신 회장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데 힘써왔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2017년 10월 롯데지주를 출범한 뒤 유통, 화학 부문 66개 계열사를 롯데지주 아래로 편입하면서 지주회사체제로 전환을 추진했다. 

하지만 지배구조 상단에 있는 호텔롯데를 껴안지 못했다는 점에서 ‘미완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를 한국에 상장해 일본 롯데그룹의 영향력을 줄이겠다는 목표도 세웠지만 2016년부터 추진해온 호텔롯데 상장은 롯데그룹 전반에 걸친 검찰수사와 신 회장의 구속 등으로 미뤄진 채 진전이 없다.

롯데그룹은 일본 관련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억울함을 토로해오고 있다. 

한국에서 13만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한국에서 법인세를 내고 있고 ‘한국 기업’으로 중국 정부의 사드보복에 따른 피해를 입었는데도 일본과 관련된 사안이 있을 때마다 불려나와 매를 맞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롯데그룹의 억울한 처지는 한국 국민들이 ‘롯데는 일본 기업’이라고 정해두고 눈과 귀를 막고 있어서 계속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한국 소비자들의 생활 속 가까이에 가장 밀접하게 스며들어 있는 기업이기에 국민들이 더 롯데그룹을 주시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신 회장이 한국사회 공동체와 소비자들에게 ‘롯데는 한국 기업’이라는 공감을 얻어내려면 무엇보다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관계 정립부터 제대로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