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현대제철에 따르면 연구개발 강화에 초점을 맞춘 조직개편을 통해 고부가제품의 비중 확대를 꾀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연구개발본부 안의 자동차강재센터와 공정기술센터의 일부를 떼어내 고부가제품을 개발하는 선행개발실을 만들었다.
연구개발과 생산의 시너지효과를 내기 위해 생산기술실을 생산기술센터로 확대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안 사장이 취임한 뒤로 기술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준비를 지속적으로 해왔다”며 “이번 조직개편으로 고부가제품의 연구개발을 더욱 강화해 사업 수익성을 높일 기반을 만들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고부가제품 판매를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판재사업에서 미국석유협회(API) 규격에 맞는 유정관 수출과 미국향 도금재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강재사업에서는 내진강재, 태양광 구조물용 H형강 등 고부가강재의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발전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관련 설비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태양광발전 구조물용 H형강의 새 규격을 개발해 관련 프로젝트를 일괄수주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안 사장의 이런 전략은 포스코에서 일한 경험이 바탕에 깔려있다.
현대제철 대표이사에 취임하기 전 고부가제품 WTP(World Top Premium)을 통해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포스코에서 35년 가까이 일한 철강 전문가다. 포항제철소장까지 지냈을 정도로 고부가제품 중심의 사업전략에서 큰 역할을 담당했다.
고부가제품에 집중하는 전략은 이미 조금씩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현대제철의 내진강재 브랜드 ‘에이치코어(H CORE)’는 2019년 상반기에 50만4천 톤 팔렸다. 이대로라면 연간 판매목표인 80만9천 톤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제철은 조선용 고부가강재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에 발맞춰 65K(강재의 강성을 나타내는 단위)급 고강도 강재를 개발했다. 조선사 3곳의 2만2천 TEU(20피트 컨테이너 적재량단위)급 컨테이너선 13척에 선체 균열 확대를 최소화하는 강재를 개발해 공급하기도 했다.
안 사장이 이처럼 고부가제품에 집중하는 것은 철강사업의 원재료인 철광석의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음에도 제품 가격 인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철광석 가격은 올해 초 톤당 70달러 수준에서 7월 한때 120달러까지 올랐다. 주력 제품 자동차강판 가격의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대제철이 생산하는 철강제품 가운데 자동차강판의 비중은 2018년 기준으로 47.9%에 이른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대제철이 현대기아차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자동차강판의 가격은 2017년 하반기에 6만 원을 인상한 뒤 2년째 동결되고 있다”며 “8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와 진행하는 자동차강판 가격 협상이 현대제철의 하반기 실적에서 가장 큰 관건”이라고 봤다.
그러나 하반기에도 자동차강판 가격 인상은 쉽지 않아 보인다. 현대제철은 현대차그룹의 계열사로 완성차 생산 과정 수직계열화의 일부분을 담당하고 있어 두 주력 계열사의 전략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2분기 매출 5조5719억 원, 영업이익 2326억 원을 거뒀다. 2018년 2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2.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8.1% 줄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주요 계열사 가운데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후퇴한 것은 현대제철뿐이다. 현대제철이 2분기에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올렸음에도 3월 안 사장이 취임한 뒤 두 분기째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 2분기에 직전 분기보다 원가율을 각각 0.8%포인트, 1.7%포인트씩 낮추며 영업이익이 늘었다.
하지만 기아차의 실적 개선은 원가율 하락보다 환율효과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대차는 2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혁신적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 중국에서 중장기적으로 판매량 100만 대를 회복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고 더욱 큰 폭의 원가절감을 추구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자동차강판 가격을 올리겠다고 입을 떼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가격 인상의 필요성을 느끼고 반기 또는 분기마다 가격 협상을 이어오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진전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