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한진중공업의 성동조선해양 위탁경영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산업은행은 성동조선해양을 위탁경영할 경우 한진중공업 경영 정상화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의 성동조선해양 위탁경영, 이덕훈 구상 좌초위기  
▲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위탁경영을 통해 성동조선해양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는데 뜻밖의 난관에 부딪히게 됐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16일 “한진중공업이 성동조선해양을 위탁경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우려가 깊다”며 “한진중공업이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는 데 성동조선해양 위탁경영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산업은행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했다. 재무구조개선약정이란 부실경영 우려가 있는 기업이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채권단과 맺는 경영개선 약속을 말한다.

산업은행이 반대하면 한진중공업은 성동조선해양을 위탁경영하거나 인수하기가 어려워 진다.

◆ 산업은행, 성동조선해양 위탁경영 왜 부정적인가

산업은행은 한진중공업이 성동조선해양을 위탁경영한 뒤 인수할까 우려하고 있다. 조선업계의 경우 보통 2년 정도 위탁경영한 뒤 인수하는 일이 흔하다.

산업은행은 한진중공업이 성동조선해양을 인수하면 한진중공업과 맺은 재무구조개선약정이 장기화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조선업의 장기적 불황 속에서 한진중공업의 재무구조는 악화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매출 2조5203억 원, 영업손실 1450억 원, 당기순손실 2998억 원을 기록했다.

한진중공업은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1년 이내에 갚아야할 단기차입금이 6909억 원, 1년 이후에 갚아야할 장기차입금이 1조3603억 원에 이른다.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 말 연결기준으로 316%다.

한진중공업은 본사 사옥과 인천북항배후부지 등의 부동산을 팔아 빚을 갚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1914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실시했다.

한진중공업은 이런 노력 덕분에 경영 정상화 가능성을 보게 됐다. 한진중공업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7091억 원, 영업손실 5억 원, 당기순손실 346억 원을 기록했다.

산업은행은 한진중공업이 성동조선해양을 인수하면 한진중공업의 재무구조개선약정 졸업이 미뤄질 수 있다고 판단한다. 성동조선해양은 지난해 매출 6969억 원, 영업손실 3395억 원을 냈다.

◆ 이덕훈, 또 다시 늪에 빠지나

산업은행이 한진중공업의 성동조선해양 위탁경영에 부정적 입장을 밝히면서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또 다시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하게 됐다.

수출입은행은 지난달 말 성동조선해양에 3천억 원을 긴급지원했다. 수주하고도 건조자금이 없어 고사하는 성동조선해양을 내버려 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수출입은행은 앞으로 손실이 발생할 경우 다른 채권단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로 약속하고 단독으로 지원했다.

  한진중공업의 성동조선해양 위탁경영, 이덕훈 구상 좌초위기  
▲ 홍기택 산업은행장.
문제는 이 긴급자금도 7월 말이면 소진된다는 점이다. 수출입은행은 3천억 원의 긴급자금으로 두 달이라는 시간만 벌어놓았다.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해양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삼성중공업과 한진중공업에게 성동조선해양에 대한 위탁경영을 제안했다.

이 제안에 대해 삼성중공업은 미온적 반응을 보였지만 한진중공업은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가 협소해 그동안 선박건조에 제한이 많았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데다 성동조선해양의 육상건조기술도 가치가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이 한진중공업의 위탁경영에 부정적 입장을 취하면서 이덕훈 행장은 성동조선해양 문제를 원점에서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두고 계속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수출입은행은 산업은행 실무자들과 교류하고 있지만 성동조선해양 위탁경영에 대해 산업은행과 아직 본격적으로 협의를 시작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