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화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이 나주 고형폐기물연료(SRF) 열병합발전소 가동을 놓고 배임 가능성으로 다시 제동이 걸렸다.

19일 한국지역난방공사에 따르면 나주 SRF열병합발전소 시험가동을 놓고 주민들과 합의를 겨우 마쳤지만 이사회가 보류하면서 논의가 또다시 길어지게 됐다.
 

지역난방공사 이사들은 나주 SRF열병합발전소 시험가동과 관련해 “민관협력 거버넌스의 합의서에 손실 보전방안이 담겨있지 않아 이사회가 합의서를 그대로 승인하면 선관주의 의무 위반에 따른 배임 문제, 주주와 손해배상 청구소송 위험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나주 SRF열병합발전소는 2017년 12월 다 지어졌지만 주민들이 환경문제와 건강침해를 이유로 시험가동조차 반대하면서 계속 가동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지역난방공사 이사회가 문제를 제기해 가동시점은 더 늦어지게 됐다.

나주 SRF열병합발전소는 2018년 지역난방공사 순적자의 주요 원인이다.

지역난방공사는 2018년 순적자 2265억 원을 봤는데 나주 SRF열병합발전소를 가동하지 못하면서 자산손상 2419억 원, SRF연료손상 48억 원을 반영하게 됐다.

발전연료를 고형폐기물연료에서 액화천연가스(LNG)로 바꾸게 되면 연료비용이 늘어나는 데다 기존 SRF 사용시설 폐쇄에 따른 매몰비용, SRF 공급업체에 손해배상 등 손실이 더 발생한다.

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지역난방공사는 2010년 상장된 뒤로 꾸준히 배당을 이어와 배당성향이 강한 주식으로 꼽혀왔다”며 “그러나 2018년도 순적자로 처음으로 배당을 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지역난방공사의 배당성향은 2016년도 이익배당이 34.7%, 2017년도 이익배당은 46.7%를 나타냈다. 2010년 상장 이후로 해마다 이익배당을 했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배당이 없었다. 

지역난방공사 주가는 2018년 3월만 해도 8만8천 원에 이르렀지만 2018년 11월부터 5만~6만 원대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다. 19일 5만53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황 사장은 5월21일 기자간담회에서 “2018년 지역난방공사가 처음으로 영업적자를 본 데에는 나주 SRF열병합발전소를 손상처리 한 영향을 크게 받았다”며 “나주 SRF열병합발전소는 최신 설비이기 때문에 수도권 등 다른 SRF열병합발전소보다 훨씬 발전효율도 좋고 사실상 LNG발전소와 맞먹을 정도로 오염물질도 적게 배출된다”고 말했다.

지역난방공사 등 상장 공기업 이사들이 주주와 회사의 이익에 더 촉각을 세우게 된 것에는 한국전력공사에서 주주들이 이사들을 업무상 배임죄로 고발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6월 한국전력공사 이사회도 배임책임을 질 수 있다는 우려에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안 수용 결정을 한차례 보류했다. 법무법인에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결정과 관련해 배임죄 해당 여부를 자문하기도 했다.

지역난방공사 관계자는 “민관협력 거버넌스는 합의서를 만들 때부터 손실 보전방안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했다”며 “다음 회의 때 손실 보전방안과 관련해 원만하게 대화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나주 SRF열병합발전소는 법적으로는 가동할 수 있지만 주민과 합의로 원만하게 문제를 풀기 위해 1월부터 지역난방공사, 범시민대책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나주시 등 관계자들이 모여 민관협력 거버넌스를 구성하고 논의해 왔다.

주민, 관련 노조 등이 나주 SRF열병합발전소 가동을 계속 반대하고 한차례 합의도 번복되면서 계속 결론이 나지 못하다가 6월27일 제10차 회의에서 3개월 시험가동을 하고 주민 수용성 조사도 하자는 내용으로 합의에 이르렀다.

주민 수용성 조사를 통해 발전소 연료 사용 방식을 SRF방식과 LNG방식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기로 했다.

지역난방공사 이사회는 5일 LNG방식을 선택했을 때 손실 보전방안이 없다는 이유로 합의안 승인을 보류했고 7월22일 민관협력 거버넌스는 제11차 회의에서 다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