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은 지금까지 성공한 기억을 모두 잊고 리셋(reset)해야 한다. 미래에 무엇을 해야 할지 진심으로 고민해야 한다.”
후쿠다 타미오 전 삼성전자 디자인 고문이 11일 삼성그룹의 사내 미디어인 ‘미디어 삼성’과 인터뷰에서 삼성그룹이 100년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점을 묻자 이렇게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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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쿠다 다미오 전 삼성전자 디자인 고문 |
후쿠다 고문은 1990년 삼성전자 디자인 고문으로 영입됐으며 삼성그룹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담은 ‘후쿠다 보고서’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 제출한 인물이다.
후쿠다 고문은 “고문으로 영입된 뒤 모방제품이 많아 문화충격을 받았다”며 “일본 소니가 1류, 파나소닉은 1.2류, 샤프나 산요가 1.5류였다면 삼성그룹은 당시 2류였다”고 말했다.
그는 “디자이너들에게 ‘절대 흉내내지 마라. 오리지널이 아니면 세계 시장에서 이길 수 없다’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그의 보고서는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의 바탕이 됐다. 이 회장은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는 말로 유명한 신경영 선언을 했다.
후쿠다 고문은 삼성그룹이 신경영 선언 이후 22년이 지난 지금 선두업체가 되면서 선구자로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이런 상황에 삼성그룹이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따라 향후 10∼20년이 좌우될 것으로 내다봤다.
후쿠다 고문은 “이제 1993년의 이야기는 잊어달라고 말하고 싶다”며 “당시 인원도 적고 사업규모도 크지 않아 혁신이 상대적으로 쉬웠다면 지금은 규모가 커져서 훨씬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그룹은 1993년보다 더욱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삼성그룹의 미래는 없다”고 지적했다.
후쿠다 고문은 이건희 회장에게 어떤 얘기를 하고 싶냐는 질문에 “이 회장은 항상 미래만 얘기했다. 언제나 앞을 향해 있었다”며 “오히려 이 회장에게 지금 어떤 준비를 하고 이를 위해 어떤 공부를 하면 좋을지 듣고 싶다”고 답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