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디즈니컴퍼니(디즈니)의 영향력이 한국 영화시장에서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디즈니가 오랫동안 강화한 지식재산권을 활용해 영화를 재생산하고 영화 속 세계관을 꾸준히 구축해온 데 힘입어 충성도 높은 관객을 다수 확보하게 됐다.
 
디즈니 극장 점령, 스파이더맨 알라딘 토이스토리 지식재산권의 힘

▲ 1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톰 홀랜드(왼쪽)와 제이크 질렌할이 선물 받은 하회탈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을 살펴보면 영화 관객 수 1~3위는 각각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과 ‘알라딘’, ‘토이스토리4’가 차지했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디즈니의 자회사 마블스튜디오가 제작했으며 알라딘과 토이스토리4는 디즈니가 제작과 배급을 맡았다.

알라딘은 이번 주말이 지나면 누적 관객 수 900만 명을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6월20일 개봉한 토이스토리4와 관객 수를 합치면 CJENM이 배급한 ‘기생충’을 넘는다. 

2일 개봉한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5일 관객 수 2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일본에 본사를 둔 소니픽쳐스가 배급하는 탓에 일본의 수출규제를 둘러싸고 불매운동이 일부 진행되고 있지만 4일까지 관객수 166만 명을 모았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를 배경으로 설정했다. 주인공인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가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를 그리워하며 영웅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로 구성됐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은 관객들로부터 “‘어벤져스: 엔드게임’보다 재미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는 5월 배급사별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소니픽쳐스가 배급하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을 제외하더라도 알라딘과 17일 개봉하는 ‘라이온킹’에 힘입어 디즈니는 7월에도 1위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가 한국 영화배급시장에서 이토록 두각을 나타내는 데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지식재산권을 강화해온 영향이 크다.

CJENM과 롯데컬처웍스 등 한국 배급사들과 차별성이 드러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알라딘은 1993년 처음 세상에 나온 만화영화 ‘알라딘’을 실사화한 영화다.

디즈니는 25년 넘게 입증된 내용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도 ‘스피치리스(Speechless)’라는 노래를 추가하는 등 현대에 맞게 이야기를 재구성했다. 스피치리스는 공주인 ‘자스민’이 세상의 억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디즈니 극장 점령, 스파이더맨 알라딘 토이스토리 지식재산권의 힘

▲ 영화 '알라딘' 갈무리 화면. 극중 자스민(오른쪽)과 달리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라이온킹 역시 1994년 개봉한 만화영화 ‘라이온킹’을 실사화한 형태를 띤다.

만화영화 라이온킹은 평점이 10점 만점 가운데 9점을 넘는 데다 영화 속 노래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와 ‘더 서클 오브 라이프(The Circle of Life)’ 등은 알라딘에 삽입된 노래보다 더 잘 알려져 있어 흥행이 예상된다.

이 밖에 세계관 구축을 통해 영화 소비자들의 충성도를 높인 전략도 디즈니가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주요한 요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도 디즈니의 자회사 마블스튜디오가 만든 세계관인 ‘마블유니버스’의 일부다. 마블스튜디오는 소니픽쳐스로부터 '스파이더맨' 판권을 빌려와 스파이더맨을 마블유니버스에 편입했다.

기존 스파이더맨 영화들과 달리 밝은 분위기로 스파이더맨 캐릭터를 해석해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에 등장하도록 한 뒤 단독 영화 ‘스파이더맨: 홈커밍’을 제작했다. 이 영화들은 각각 한국에서 관객 868만 명, 726만 명을 모았다.

디즈니는 스파이더맨 판권과 배급권이 모두 소니픽쳐스에 있어 수익을 내지 못하는데도 세계관을 완성하기 위해 스파이더맨 캐릭터를 사용한 것이다.

마블유니버스 팬들은 아이언맨을 이을 영웅으로 스파이더맨을 꼽는데 스파이더맨은 북미지역에서 마블유니버스 캐릭터 가운데 가장 인기를 많이 끄는 캐릭터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