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무역분쟁이 지속되며 삼성전자가 5G통신장비사업에서 보게 될 반사이익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 화웨이뿐 아니라 중국에 통신장비 생산설비를 갖춘 노키아와 에릭슨에도 압박을 강화하며 삼성전자 통신장비가 유일하게 무역분쟁의 '무풍지대'에 놓이고 있다.
30일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국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5G통신망 구축에 사용되는 통신장비와 관련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5월부터 화웨이와 ZTE 등 중국 통신장비기업을 겨냥해 '적대적 국가 통신장비' 사용금지 조치를 내렸는데 중국을 겨냥한 견제가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노키아와 에릭슨이 중국에서 생산하거나 조립한 통신장비를 미국에 수출할 수 없도록 하는 추가 제재조치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씨티증권 분석에 따르면 에릭슨은 45%, 노키아는 10% 정도의 생산설비를 중국에 갖추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통신장비 최대시장인 미국에 수출이 어려워진다면 큰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에릭슨과 노키아가 미국 정부의 요구에 맞춰 생산설비를 다른 국가로 옮긴다고 해도 단기간에 이뤄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통신사들은 5G서비스 상용화를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 초반부터 통신망 구축에 온힘을 쏟고 있는데 에릭슨과 노키아가 당장 공급에 차질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화웨이와 에릭슨, 노키아는 세계 통신장비시장에서 80%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며 과점체제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통신사들이 장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크다.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삼성전자가 수혜를 독차지하게 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을 포함한 세계 통신사에 5G통신장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최근 경기도 수원의 5G 통신장비 생산공장도 새로 가동을 시작해 공급 능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버라이즌과 AT&T, 스프린트 등 미국 대형 통신사가 모두 삼성전자의 5G 통신장비를 도입해 인프라 구축에 활용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가 미국에 장비 공급을 확대하기도 유리하다.
삼성전자가 갤럭시S10 5G를 출시하며 미국 통신사의 성공적 5G서비스 도입을 이끌어 협력관계를 강화한 점도 통신장비 수주를 늘릴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미국 공식 뉴스룸을 통해 "삼성전자는 믿을 만한 통신장비 공급망을 갖추고 5G 생태계 전반에 걸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는 유일한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산 통신장비의 미국 수출이 어려워지자 적극적으로 영업을 강화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중국 선전의 통신장비 생산공장을 폐쇄하고 한국에 시설투자를 확대한 것도 이런 상황에 대응해 선제적으로 변화를 추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세계 동맹국에도 화웨이 통신장비 사용 자제를 요청하는 등 압박을 강화하고 있어 삼성전자가 미국뿐 아니라 세계에서 통신장비사업을 확대할 기회도 노릴 수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투자자포럼을 통해 세계 5G 통신장비시장에서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까지 37%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세계 통신장비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이 5% 안팎에 그친 점에 비춰보면 5G통신이 상용화된 미국과 한국시장의 수요를 상당 부분 흡수한 것으로 분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