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6월 들어 엔화약세 현상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악재가 겹치면서 신음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메르스 확산이 증시에 단기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엔화약세의 경우 장기화하면서 수출주를 중심으로 부정적 영향이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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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피 지수가 종가 2072.86포인트를 기록한 4일 서울 외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일하고 있다. <뉴시스> |
코스피는 4일 2072.86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3일보다 0.74% 상승해 2070포인트 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최근 3거래일 연속으로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크지 않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6월 들어 1~3일 동안 변동률 -2.45%를 기록했다.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와 미국 다우산업지수는 같은 기간 각각 6.46%와 0.36% 올랐다.
코스피 지수는 엔화약세 때문에 수출주들이 부진에 빠지면서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원화환율은 4일 장마감 기준으로 100엔당 895.48원을 기록했다. 이날 장중 100엔당 889.72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15거래일 전인 지난달 14일 915.21원에서 2.16%나 하락한 것이다.
대표적 수출주인 현대자동차는 4일 13만9천 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3일보다 2.58% 상승했지만 14만 원대를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기아자동차는 4일 종가 4만4450원을 기록했다. 지난 1일부터 계속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
엔화약세에 따른 우려는 자동차를 넘어 다른 수출업종 전반에 퍼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각 업종별 수출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원엔환율은 철강 963원, 석유화학 956원, 기계 953원, 음식료 935원, 조선/기자재 922원, 반도체 918원이었다. 정보통신/가전(870원)과 섬유(850원) 등을 빼면 원엔환율은 이미 한계치를 넘어섰다.
내수주 가운데 일부 업종은 메르스 확산 우려 때문에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메르스 수혜주로 꼽혔던 제약과 바이오주들도 주가가 다시 떨어졌다.
롯데칠성은 4일 종가가 237만8천 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29일 256만5천 원에서 7.3%나 하락했다.
김정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4일 “국내에서 예기치 않았던 메르스 확산과 엔화약세 등 환율문제가 증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며 “앞문에서 호랑이를 막고 있는데 뒷문에서 이리가 들어오는 격의 돌발적 악재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고 내다봤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메르스 확산에 대한 우려가 단기적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엔화약세는 상황에 따라 장기적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중원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메르스가 확산돼도 우리나라 경제에 구조적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메르스가 지역사회로 퍼지는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도 전염병이라는 특징을 고려하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1~2분기에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시가총액 비중이 큰 자동차 업종의 주가가 급락하는 등 업종에 따라 메르스보다 엔화약세의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며 “엔화약세 현상이 언제 끝날지 알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