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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신발' 아식스, 어떻게 패션 브랜드로 부활했나

서정훈 기자 seojh85@businesspost.co.kr 2015-05-31 18:5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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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아베베’ ‘황영조’ ‘이봉주’. 마라톤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건각들이다.

이들은 마라톤 선수였다는 점 외에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모두 선수로 활동하는 동안 일본의 ‘아식스’를 신는 것을 고집했다는 사실이다.

마라톤 신발로 유명한 아식스가 최근 캐주얼 운동화 등 패션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아식스의 고가제품 브랜드인 ‘오니츠카 타이거’는 65년 넘게 한결같이 사랑받고 있다는 점에서 ‘신발계의 캐딜락’으로 불린다.

오니츠카 타이거와 아식스가 일본을 넘어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기는데 창업주였던 오니츠카 기하치로의 경영철학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 패션 브랜드로 부활에 성공한 아식스

아식스(ASICS)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 초경량 마라톤 운동화를 제작하던 전문업체의 이미지를 넘어 일상에서 쉽게 신을 수 있는 캐주얼 운동화시장의 점유율을 차츰 늘려나가고 있다.

  '마라톤 신발' 아식스, 어떻게 패션 브랜드로 부활했나  
▲ 마라톤화 전문업체 아식스가 최근 디자인을 가미해 패션 운동화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아식스 코리아>
아식스가 2010년 출시한 워킹화 ‘G1’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또 기존 아식스제품의 이미지가 다소 남성적이었던 것과 달리 G1은 파란색과 노란색 등을 적용해 여성고객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아식스는 여성고객 확보에 상당한 조직적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아식스는 일본을 시작으로 직영점에 러닝머신 등을 비치해 달리기에 익숙하지 않은 여성고객을 대상으로 신발을 신고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아식스는 신발뿐 아니라 의류사업 비중도 점차 늘려가고 있다. 아식스는 한때 전체매출에서 신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훌쩍 넘겼다. 하지만 이제 신발과 의류의 비중이 6대 4로 안정적 사업구조를 갖췄다.

아식스는 2000년대 초반 신입사원을 뽑지 못할 정도로 경영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이런 사업개편 덕분에 이제 사정이 크게 나아졌다. 아식스는 2010년을 기점으로 매년 안정적으로 2조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식스는 한때 ‘아식스맨=스포츠맨’이라는 광고를 앞세워 스포츠 전문 브랜드로 자리매김을 하려고 했다”며 “그러나 글로벌 스포츠용품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자 패션으로 눈을 돌려 여성고객을 잡는 전략을 펼쳤는데 이 전략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 아식스 고가정책의 선봉장 ‘오니츠카 타이거’

아식스는 패션제품도 중저가와 고가제품으로 세분화하고 있는데 고가제품시장에서 선전이 두드러진다.

아식스 고가제품전략의 선봉은 ‘오니츠카 타이거’가 담당한다. 이 브랜드는 역사가 65년이 넘은 모태 브랜드다. 오니츠카 타이거는 아식스와 같은 우물 정(井)자 로고를 새기고 나오지만 매장 그 어디에도 ‘아식스’라는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고가 마케팅을 위해 일부러 아식스라는 이름을 넣지 않은 것이다.

  '마라톤 신발' 아식스, 어떻게 패션 브랜드로 부활했나  
▲ 아식스의 클래식 운동화 브랜드 '오니츠카 타이거'의 대표모델 '멕시코66'
오니츠카 타이거는 아식스의 창업주인 오니츠카 기하치로가 1949년 전쟁 직후 만든 브랜드다. 당시 자전거나 자동차 타이어의 폐고무를 이용해 농구화를 만들던 것이 사업의 시작이었다.

아식스는 오니츠카 타이거의 대표제품이자 출시 50년이 지난 ‘멕시코66’을 앞세워 국내시장 진출 10년 만에 전용 매장을 30여 개로 늘렸다.

업계에서 오니츠카 타이거는 ‘청바지를 입고 신을 수 있는 유일한 아식스 운동화’로 꼽힌다. 그만큼 패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아식스도 영화 ‘킬빌’ 등에 이 신발을 소품으로 후원하는 등 패션에 민감한 젊은층을 끌어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식스는 과거부터 마라톤화시장에서 절대강자였지만 고객층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었다”며 “최근 G1과 오니츠카 타이거 등을 내세워 패션을 중시하는 젊은층을 끌어당기는 전략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진단했다.

◆ 오니츠카 기하치로, 어떻게 아식스를 키웠나

아식스가 지금의 위치에 오르는데 창업주인 오니츠카 기하치로가 강조했던 ‘정도경영’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오니츠카는 사업초기부터 농구선수들이 잘 미끄러지지 않게 하기 위해 문어의 빨판과 같은 장치를 신발 밑창에 적용하는 등 기술개발에 힘을 쏟았다.

  '마라톤 신발' 아식스, 어떻게 패션 브랜드로 부활했나  
▲ 오니츠카 기하치로 아식스 창업자 (왼쪽)과 오니츠카 타이거를 신고 올림픽 마라톤 2연패에 성공한 아베베.
또 오니츠카 타이거의 브랜드 인지도가 낮다는 점을 감안해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들에게 신발을 무상으로 공급했다.

그 결과 달리기 선수들의 발목이 뒤틀리는 것을 막아주는 오니츠카 타이거 신발이 유행하기 시작했고 에티오피아의 아베베 선수가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 오니츠카 타이거를 신고 우승하면서 글로벌시장에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오니츠카는 1970년대 중반 의류업체 GTO 및 JELENK 등과 합병해 지금의 ‘아식스’라는 이름을 만들었다. 아식스는 ‘건전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Anima Sana In Corpore Sano)이라는 라틴어 문구의 앞 철자들을 모아 지은 것이다.

오니츠카는 2007년 사망하기 전까지 우레탄 소재를 이용해 무게를 100그램 단위까지 낮춘 초경량 마라톤화와 쿠션 기능을 강화한 ‘GEL’ 시스템 등을 개발하는 등 아식스를 마라톤화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로 끌어올렸다.

아식스는 1982년 국내시장에 진출했다. 현재 아식스의 국내사업은 ‘아식스코리아’가 담당하고 있는데 이 회사는 지난해 23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아식스코리아의 올해 사업전망도 밝은 편이다.

이성호 아식스코리아 사장은 3월 “올해 러닝화와 캐쥬얼 슈즈 등의 성장세를 앞세워 지난해보다 매출을 10% 늘리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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