넵튠은 ‘보는 게임’사업을 진행할 100% 자회사를 설립해 e스포츠 등에 간접적으로 투자하던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 정욱 넵튠 대표이사.
11일 넵튠에 따르면 넥스포츠를 설립함으로써 직접 e스포츠 및 MCN사업을 하기 위한 기반을 다진다.
MCN사업은 유튜브나 트위치 등 인터넷방송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방송인 및 채널들을 관리하는 사업을 말한다.
넵튠 이사회는 스틸에잇과 샌드박스네트워크 등의 지분 전량을 현물출자(평가금액 292억 원)하고 5500만 원을 현금출자해 ‘e스포츠 및 MCN 관련 신규사업을 진행하는 법인’ 넥스포츠를 7월18일 설립하기로 10일 결의했다.
정 대표는 지금까지 ‘보는 게임’에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행보를 보여왔는데 앞으로 관련 사업을 직접 진행하겠다는 뜻을 굳힌 것으로 파악된다.
넵튠이 투자한 스틸에잇과 샌드박스네트워크가 모두 빠르게 성장하자 '보는 게임'으로의 투자에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스틸에잇은 프로 게임선수들이 소속된 e스포츠 구단으로 콩두컴퍼니가 전신이다. 넵튠이 145억 원을 투자해 지분 33.8%를 들고 있다. 2018년 매출 70억 원을 내며 외형이 1년 동안 23% 정도 커졌다.
샌드박스네트워크는 한국 2위 MCN기업으로 300팀이 넘는 크리에이터가 소속돼 있다. 넵튠이 지난해 5월 121억 원을 투자해 지분 23.9%를 확보했는데 2018년 매출 280억 원을 올렸다. 2017년과 비교해 100% 늘었다.
정 대표는 보는 게임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점쳐왔다.
그는 한 게임전문지와 인터뷰를 하면서 “과거 게임 이용자들이 하루에 게임을 5시간 했다면 이제는 2시간만 하고 3시간은 게임 방송을 본다”고 말했다.
게임 이용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게임회사들에 위기 요인이지만 정 대표는 보는 게임에 투자해 기회로 삼으려는 것으로 파악된다.
e스포츠는 정책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부터 16일까지 6박8일 동안 핀란드와 노르웨이, 스웨덴을 국빈방문하는데 13일부터 머무는 스웨덴에서 e스포츠 대회를 관람하는 일정이 포함됐다.
경제사절단에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사장과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 송병준 게임빌 컴투스 대표이사를 비롯해 김영만 한국e스포츠협회장 등이 참여한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5일 라이엇게임즈의 e스포츠 경기장 ‘롤파크’를 방문해 박준규 라이엇게임즈코리아 대표와 김 협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정 대표가 점찍은 신규사업은 넵튠의 실적을 반등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게임 제작사이자 배급사인 넵튠은 2016년 ‘프렌즈 사천성 for kakao’를 제작한 뒤 흥행게임을 내놓지 못해 2016년 이후 영업손실이 늘고 있다. 지난해는 매출이 역성장했다.
정 대표는 ‘배틀그라운드’가 대흥행하기 전 크래프톤(당시 블루홀)에 투자하면서 투자능력을 인정받은 만큼 업계는 정 대표가 ‘보는 게임’을 통해 넵튠의 실적 반등을 이뤄낼 것으로 바라본다. 넵튠이 확보한 크래프톤 지분 2.1%는 장외시장 가격 기준 740억 원 수준에 이른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게임회사들이 e스포츠대회에 상금을 많이 내걸고 있어 스틸에잇 등에 투자한 넵튠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며 넵튠의 흑자 전환을 예상했다.
다만 e스포츠와 MCN산업 모두 아직 수익성을 검증하지는 못해 정 대표는 안심할 수 없다.
e스포츠대회는 주로 게임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을 뿐 그 자체로 수익을 내기는 힘들며 e스포츠대회의 상금은 아직 기존 스포츠들이 내건 상금에 턱없이 부족하다. MCN기업들은 대부분 수익모델을 찾지 못해 적자를 내고 있다.
넵튠도 스틸에잇과 샌드박스네트워크에 투자한 뒤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내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넵튠이 현재 주력하는 캐주얼게임 및 소셜카지노게임은 ‘보는 게임’과 동떨어져 있다.
넵튠 관계자는 “지금은 넥스포츠를 세우는 초기 단계로 아직 사업을 염두에 두고 구체적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