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라는 산을 성공적으로 넘었지만 또 다른 산을 만났다.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의 한진그룹 회장직을 둘러싼 잡음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데뷔 성공했지만 KCGI 공세는 여전히 큰 부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 회장은 1일부터 3일까지 열린 IATA 연차총회에 대한항공을 이끌어가는 한진그룹 회장 자격으로 참석해 의장으로 회의를 이끌었다. 

하지만 IATA 연차총회가 끝난 직후 KCGI에서 조 회장이 회장 직함을 사용하는 데 법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법원에 검사인 선임을 요청했다. 

KCGI는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의 지분 15.98%를 보유하고 있는 행동주의 사모펀드다. 

조 회장으로서는 IATA 서울총회라는 산을 넘었더니 또 하나의 산이 나타난 셈이다. 

조 회장의 회장직 선임과 관련된 의혹은 이미 한차례 제기된 적이 있는 만큼 이번 KCGI의 문제제기는 조 회장의 리더십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 

조 회장은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영결식 이후 약 1주일만에 한진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아버지인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영결식 한달 뒤 회장에 오른 것을 살피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조 회장의 회장 선임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 회장은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됐을 뿐 한진그룹 회장으로 선임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진칼 정관은 대표이사인 회장, 부회장, 사장, 부사장, 전무 등의 선임은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사인이 활동하는 과정에서 각종 의혹들이 제기되면 IATA 총회로 회복시켜놓은 조 회장의 이미지가 추락할 수 있다. 만약 조 회장의 회장 직함 사용에 문제가 있다는 결과가 나오게 된다면 한진그룹 경영권 자체에 타격이 갈 수도 있다. 

조 회장이 국내에서 넘어야 할 산은 KCGI 뿐만이 아니다. 2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속세 문제, 저비용항공사(LCC)의 여객 점유율 확대 문제, 경쟁사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문제 등 여러 가지 이슈가 국내에 산적해 있다. 

조원태 회장은 IATA가 끝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 IATA 문제도 있고 회장(조양호 전 회장) 별세 문제도 있고 해서 회사에 소홀했던 측면이 있다”며 “앞으로 회사 일에 집중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아직 한진그룹 전체를 이끌어갈 경영자로서의 능력을 완벽하게 입증하지 못한 상황에 놓여있다. 따라서 KCGI의 경영권 위협을 포함한 여러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서 경영능력을 입증해 나가야 할 필요성이 크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원태 회장 선임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결정된 사항”이라며 “KCGI의 요구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