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용카드사들이 복합할부 금융에 줄줄이 뛰어들고 있다.

카드사들은 지난해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자동차 복합할부 수수료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현대캐피탈 기대 어긋나, 카드사들 자동차 복합할부 직접 진출  
▲ 정태영 현대카드 겸 현대캐피탈 사장
카드사들은 현대차그룹과 협상이 결렬되자 아예 캐피탈회사를 끼지 않고 자체적으로 복합할부 상품을 내놓고 있다.

정태영 현대카드 겸 현대캐피탈 사장은 자동차 복합할부금융이 중단되면 현대캐피탈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상황은 전혀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6월 중순 자체 복합할부 상품을 출시한다. 이 상품은 고객이 차를 구입할 때 카드사가 차량가격을 먼저 자동차회사에 내주고 한 달 뒤 캐피탈사에 대출채권을 넘기는 방식이다.

기존 복합할부상품은 고객이 차량을 구입 때 결제하면 중간에 캐피탈사가 1~2일 안에 돈을 대신 내주고 고객으로부터 매달 할부금을 받았다.

삼성카드가 내놓을 복합할부 상품은 캐피탈사를 배제한 채 신용공여한도도 30일로 늘린 점이 다르다. 한마디로 카드회사가 직접 할부금융사업에 뛰어드는 것이다.

국내 주요 신용카드사들은 캐피탈과 연계한 자동차 복합할부금융상품 수수료를 놓고 현대차그룹과 갈등을 빚었다. 현대차그룹이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하자 카드사들은 이를 거절해 대부분의 카드사들에서 복합할부금융상품 취급이 중단됐다.

자동차 복합할부금융상품 시장은 약 5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카드사들 입장에서 상당한 타격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오히려 자체 복합할부상품을 도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카드사들이 직접 할부금융을 하려면 라이센스를 취득해야 한다. 이미 할부금융업 라이센스를 가진 신한카드가 가장 발빠르게 대응했다.

신한카드는 지난 3월 ‘오토플러스’를 출시해 고객이 신한카드로 차값을 일시불로 결제하면 카드사가 이를 할부로 전환해 준다. 오토플러스는 월 800억~900억 수준의 실적을 내고 있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 외에 롯데카드도 할부금융 라이센스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카드는 아직 시장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경쟁사들이 너도 나도 뛰어들 경우 뒷짐만 지고 있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리카드와 KB국민카드는 내부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할부금융 라이센스를 신청한 뒤 자체 복합할부상품을 내놓을 채비에 나섰다.

카드사들이 할부금융에 공격적으로 뛰어들면 캐피탈사들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캐피탈사는 자동차 할부금융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과 카드사들의 다툼에서 ‘어부지리’를 얻을 것으로 점쳐졌던 현대캐피탈도 카드사들의 역습을 당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현대캐피탈은 2009년 복합할부금융상품이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현대차와 기아차의 자동차할부금융 시장의 87%를 차지할 정도로 자동차 할부금융시장을 독식해 왔다.

현대캐피탈은 현대기아차를 구매할 때 카드사들이 제공하던 복합할부금융상품 판매가 중단되면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예상됐다. 

현대캐피탈은 "반사이익을 기대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정태영 사장은 현대캐피탈의 주력사업인 자동차금융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실적이 줄어 고민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377억 원으로 전년 3914억 원보다 39%가 줄었다. 2012년의 당기순이익 4367억 원에 비하면 2년 사이 절반 가까이로 줄어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에 대형 카드사들까지 끼어들면 정 사장으로선 '실지'를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