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본무 LG그룹 회장(왼쪽)과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정도경영’과 ‘상생경영’을 중시한다. 구 회장은 평소 중소·벤처기업과 상생협력이 더 많은 성과를 내고 성장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LG그룹의 간판 계열사인 LG화학이 구 회장의 이런 뜻에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을 저질렀다.
LG화학은 협력회사의 특허를 빼앗고 협력회사를 내쳤다. 이 과정에서 협력회사는 사업을 접어야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LG화학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LG화학은 상생경영을 부르짖은 구 회장의 체면을 적잖이 구긴 셈이다.
공정위는 26일 LG화학이 불공정 하도급거래을 한 데 대해 5천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LG화학은 2013년 3월부터 10월까지 23회에 걸쳐 협력회사인 와이에스피에 배터리 라벨 제조 관련 기술자료를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와이에스피가 보유한 관련 특허와 배터리 라벨 제조방법 등이 담긴 자료였다.
LG화학은 이를 활용해 2013년 9월부터 중국 남경법인에서 배터리 라벨 자체생산을 시작했다. 그 뒤 LG화학은 와이에스피와 계약을 중단했다. LG화학과 전속거래를 하던 와이에스피는 결국 배터리 라벨 제조사업을 접었다.
LG화학은 또 2012년 8월 동명전자가 납품하는 제품의 단가를 20% 인하하면서 인하시점을 한 달 전으로 소급적용해 하도급대금 1억4100만 원을 적게 지급했다.
공정위는 LG화학의 기술유용에 대해 과징금 1600만 원을, 대금 부당감액에 대해 과징금 3400만 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이번 과징금 부과에 대해 “관행처럼 이뤄지는 대기업의 기술자료 요구와 유용행위를 2010년 1월 관련제도 도입 이후 최초로 적발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행정처분과 별도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LG화학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LG화학이 불공정 하도급거래행위를 한 것은 구본무 회장의 상생경영 뜻에 어긋나는 것이다.
구 회장은 올해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하며 2월과 4월 두 번에 걸쳐 LG그룹의 특허 5만2천 건을 개방했다. 이 가운데 5200건은 중소·벤처기업을 위해 무상제공하기로 했다.
구 회장은 “혁신은 혼자 하는 것보다 상생협력을 통해 더 많이 이뤄질 수 있다”며 “중소·벤처기업이 실질적 도움을 받아 성장하고 성과도 낼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지난 3월 지주사 LG 주총에서도 “LG는 투명한 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서 사회로부터 꾸준한 신뢰와 사랑을 받도록 할 것”이라며 정도경영을 역설했다.
구 회장은 “LG가 사업을 영위하는 모든 지역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해 사랑받는 글로벌 기업이 될 것”이라며 “더 나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뿐 아니라 적극적으로 주변의 우수기업들을 발굴하고 상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역시 올초 신년사에서 “협력사는 우리의 동반자”라며 “함께 성장을 도모하여 경제의 균형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사회에 대한 우리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박 부회장 “우리의 성과가 협력사 성장에 발판이 되고 나아가 협력사의 경쟁력이 우리의 경쟁력이 되는 선순환 관계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당부했다.
그러나 LG화학이 불공정 하도급거래로 공정위의 제재를 받으면서 구 회장의 상생경영 의지와 박 부회장의 동반성장 당부는 모두 빈말이 되고 말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