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수개월 안에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승계받을 것이며 이 부회장은 경쟁과 협력,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삼성의 한국적 뿌리와 글로벌한 미래 사이에 균형을 맞춰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
|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삼성그룹이 부드러운 승계(soft succession) 과정에 접어들었다고 24일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삼성, 부드러운 승계’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 부회장이 수개월 안에 삼성전자의 리더십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부회장이 28년 전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을 물려받았을 때보다 더 큰 과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987년 이병철 창업주 별세 이후 2주 만에 삼성그룹을 물려받아 당시 어중간한 규모였던 삼성그룹을 IBM이나 GE같은 거인으로 키우겠다는 명확한 목표를 내놓았다.
이건희 회장은 1993년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내놓았고 삼성그룹 경영권을 승계한 뒤 30년 만에 세계 최대 전자 메이커로 키웠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런 삼성그룹이 경영권 승계과정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부회장이 사회공헌과 문화예술지원 목적의 재단 이사장에 오른 것은 이 부회장의 이미지를 더욱 부드럽고 사색적 리더로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5일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에 선임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부회장을 비교적 높게 평가했다.
이 부회장을 만나보면 낮은 자세에 놀라지만 때로 열정적이고 유쾌한 면모도 발휘한다고 평가했다. 이 부회장이 공을 들이고 있는 바이오의약 신사업 쪽에서 이 부회장의 통찰력을 엿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숀 코크란 CLSA증권 수석연구원은 “이 부회장이 최고고객책임자(CCO)로서 수년 동안 까다로운 문제를 맡아왔다”며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어려운 문제들을 다루는 요령도 생겼다”고 평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이사회 멤버는 아니지만 최근 삼성전자가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영향력을 발휘했을 것이라고 괸측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부회장이 균형을 잡아야 할 세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경쟁과 협력,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삼성의 한국적 뿌리와 글로벌한 미래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하드웨어가 강점인 삼성, 그리고 하드웨어 엔지니어가 지배하는 기업문화 속에서 스마트싱스(IoT 분야), 루프페이(모바일결제) 인수와 실리콘밸리 오픈이노베이션랩 건설은 삼성전자가 새로운 면모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삼성이란 조직이 헌신과 로열티(충성도)가 강점이지만 다양한 배경의 삼성맨을 끌어가기 위한 전략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삼성그룹의 사업구조 재편과 관련해 "삼성을 단순한 기업집단에서 투자친화적 그룹으로 바꾸기 위해 제대로 된 지주사체제로 전환이 진행중"이라며 "빠른 행보가 주주들에게 삼성의 리더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을 심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