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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가 지난 3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2015 제네바 국제 모터쇼'에서 ‘올 뉴 투싼’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왼쪽부터) 현대차 유럽법인 마케팅 담당 부사장,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사장, 임병권 현대차 유럽법인장, 최석영 주 제네바대표부 대사. |
현대자동차의 패밀리룩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헥사고날 그릴이 적용된 신형 투싼이 높은 인기를 누리면서 현대차가 고집해 온 패밀리룩이 소비자들에게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현대차가 같은 그릴을 모든 차종에 적용하면서 개성이 사라지고 억지로 정체성을 부여하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핵사고날 디자인 자체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2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하반기에 출시할 신형 아반떼에도 신형 투싼과 마찬가지로 헥사고날(육각형) 그릴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패밀리룩을 계속 이어간다는 것이다.
패밀리룩이란 같은 자동차회사에서 나온 모델일 경우 한눈에 봐도 같은 회사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게 공통의 디자인 요소를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 차량의 얼굴에 해당되는 전면 라디에이터그릴과 헤드램프를 비슷하게 디자인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눈에 띄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육각형 모양의 헥사고날 그릴로 패밀리룩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최근 출시된 신형 투싼에도 헥사고날 그릴이 강조됐다. 신형 투싼은 3월 중순 출시돼 지난 4월 말까지 1만1500여 대나 팔리는 등 높은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가 육각형 모양의 헥사고날 그릴을 처음 도입한 차는 2009년 출시된 투싼이다.
현대차는 그뒤 차급과 차종에 따라 서로 다른 그릴 디자인을 적용했다. 소형과 준중형 승용차,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에 헥사고날 그릴을 적용했다. 쏘나타나 그랜저, 제네시스, 에쿠스 등 중대형 차에 날개 모양의 그릴을 적용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2013년 이후부터는 모든 신차에 헥사고날 그릴을 적용하고 있다.
현대차의 헥사고날 그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너무 크다는 의견부터 차급이나 차종에 상관 없이 같은 그릴을 적용해 전체적 조화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지적까지 다양하다.
올해 초 내놓은 i30와 i40 등 헥사고날 그릴을 적용해 내놓은 신차들의 판매가 부진하자 현대차가 헥사고날 그릴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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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총괄 사장 |
그러나 피터 슈라이어 현대기아차 디자인총괄 사장은 신형 투싼을 출시하며 헥사고날 그릴을 투싼의 핵심 디자인 요소라고 밝혔다.
슈라이어 사장은 기아차의 패밀리룩으로 꼽히는 ‘호랑이 코’ 모양의 그릴을 직접 디자인하기도 했다. 기아차는 모든 신차에 같은 그릴을 장착해 누가 보더라도 기아차라는 점을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슈라이어 사장은 호랑이코 모양의 그릴을 통해 통일성 없이 중구난방이었던 기아차의 디자인을 정리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슈라이어 사장이 신형 투싼 등의 디자인 작업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현대차의 패밀리룩 입기는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가 하반기에 출시하는 아반떼에도 투싼과 마찬가지로 헥사고날 그릴이 강조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자동차회사들이 패밀리룩을 강조하는 것은 누가 봐도 해당회사의 차량인 점을 알아볼 수 있고 다른 브랜드와 차별성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비슷한 디자인을 유지할 경우 생산과정이 그만큼 단순해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이는 데 따르는 위험도 줄일 수 있고 이전모델의 후광도 이어받을 수 있다.
BMW와 폴크스바겐은 패밀리룩을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데 성공한 대표적 브랜드들이다.
BMW는 둘로 나뉘어진 ‘키드니(신장)’ 그릴로 유명하다. 폴크스바겐도 일직선이 강조된 ‘수평형’ 그릴로 멀리서 봐도 폴크스바겐 차량이라는 사실을 알아볼 수 있다.
하지만 패밀리룩이 창의적 디자인을 막는다는 지적도 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패밀리룩을 계승하더라도 차종이나 차급에 따라 변형을 줘 전체적 조화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