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형벌을 통해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이를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국가가 기업의 권리를 제한하는 제재를 부과하는 문제에도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기업은 어떤 행위가 제재의 대상이 되는지, 제재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바꿔야 하는지 명확히 알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진에어에게 부과한 신규 기재 도입 제한, 신규 노선 취항 제한 등의 제재와 관련해서는 이러한 ‘명확함’이 보이지 않는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8월 진에어에 제재를 부과하면서 제재를 해소하는 조건으로 “진에어가 청문과정에서 제출한 ‘항공법령 위반 재발방지 및 경영문화 개선대책’이 충실히 이행돼 진에어의 경영행태가 정상화됐다고 판단될 때까지”라고 명시했다.
그리고 진에어는 올해 3월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진에어 사내이사 사임을 끝으로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경영개선안의 이행이 모두 완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5월이 끝나가는 24일에도 국토교통부는 여전히 검토를 거쳐 진에어 제재 해제를 판단하겠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23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진에어가 객관적 입증 자료를 제출하면 검토를 거쳐 제재 해제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기존에 내놓은 답변을 그대로 반복했다.
국토교통부는 처음부터 제재 해소시점을 진에어가 경영 개선안을 이행했을 때가 아니라 진에어의 경영 정상화가 완료됐다고 국토교통부가 판단했을 때라고 못박았다. 따라서 국토교통부가 진에어의 경영 정상화가 미흡하다고 판단해 제재를 풀어주지 않는 것은 정당한 일이다.
하지만 진에어가 경영개선안을 모두 이행했다고 3월부터 주장하고 있는 만큼 국토교통부는 어떤 부분에서 경영 개선이 아직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는지 진에어에 명확하게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가 진에어의 경영 개선과 관련해 명확한 판단을 유보하는 동안 진에어와 관련된 이들의 마음도 타들어가는 것도 사실이다.
진에어 노조는 3월 말까지만 해도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한진칼 사내이사에서도 물러나 진에어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며 한진그룹 오너 일가를 비판했다.
하지만 노조는 4월 중순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우리의 애절한 목소리를 전달하고 장관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직접 만나서 듣겠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진에어가 어떤 점이 문제인지 모르고 있다면 국토교통부가 그것을 알려주면 된다.
국토교통부가 진에어에 제재를 부과한 목적은 진에어의 경영행태를 개선해 더 좋은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닌가.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