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결핵 예방접종에 쓰이는 ‘칼메트-게랭간균(BCG)’ 백신의 출고량을 조절해 부당이익을 얻었다는 이유로 한국백신을 제재했다.
공정위는 16일 한국백신이 비싸게 팔리는 경피용 칼메트-게랭간균 백신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국가에서 무료로 접종하는 필수 백신인 피내용 칼메트-게랭간균 백신의 공급을 중단해 부당한 독점이익을 거뒀다고 판단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9억9천만 원을 부과했다.
최덕호 한국백신 사장을 비롯한 임원 2명과 한국백신 법인도 칼메트-게랭간균 백신의 출고량을 부당하게 조절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칼메트-게랭간균 백신은 영·유아와 아동의 중증 결핵을 예방하기 위해 맞는 백신으로 주사형(피내용)과 도장형(경피용)으로 나뉜다.
주사형은 ‘불주사’로 불리는 백신으로 국가 무료예방접종 대상이다. 도장형은 도장처럼 생긴 주사도구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선택에 따라 유료로 접종된다.
이 백신은 덴마크 국립혈청연구소에서 만든 주사형과 일본 민간회사 JBL에서 만든 주사형·도장형 백신 등 3가지만 국내 판매가 허가됐다. 국립혈청연구소의 백신은 엑세스파마, JBL 백신은 한국백신이 독점적으로 수입해 판매해 왔다.
덴마크 국립혈청연구소는 2015년 백신부문의 민영화를 결정하면서 주사형 칼메트-게랭간균 백신의 생산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한국백신은 예방접종 업무를 담당하는 질병관리본부와 협의를 거쳐 2016년 3월부터 JBL의 주사형 칼메트-게랭간균 백신을 수입해 왔다.
한국백신은 2016년 JBL로부터 주사형 칼메트-게랭간균 백신 2만1900세트를 수입했다. 2017년에도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주사형 칼메트-게랭간균 백신 2만 세트를 수입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 JBL과 주문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한국백신은 2016년 9월 JBL에 주문했던 백신물량을 1만 세트로 줄였다가 계약을 취소했다.
당시 안전성 논란으로 주력상품인 도장형 칼메트-게랭간균 백신의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도장형 백신의 소비자가격은 1인당 7만 원 정도인 반면 주사형 백신은 1인당 4187원에 정부의 비용 전액 지원도 적용됐다.
결국 한국백신은 2017년에 주사형 칼메트-게랭간균 백신의 수입을 전면 중단했다. 이 과정에서 관련된 사실을 질병관리본부에 알리지도 않았다.
질병관리본부는 주사형 칼메트-게랭간균 백신을 공급받지 못하자 2017년 10월~2018년 6월 동안 도장형 백신을 무료예방접종으로 돌렸다. 여기 들어간 정부 예산만 140억 원에 이른다.
2017년 도장형 칼메트-게랭간균 백신을 검사한 결과 발암물질인 비소의 검출량이 기준치를 넘어선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공정위는 한국백신의 백신 출고량 조절을 공정거래법상에서 금지하는 ‘부당한 출고 조절행위’로 판단했다. 1998년 신동방의 대두유 출고량 조절을 같은 행위로 판단한 지 21년 만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백신 독접사업자의 출고 조절행위를 이번에 처음으로 제재했다”며 “제약 분야는 국민 건강과 생명에 가깝게 연관된 만큼 사업자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