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조사의 첫 대상이 됐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8일 서울 중구 대한항공 사옥 3층에 위치한 싸이버스카이 사무실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
|
|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공정위가 현장조사한 것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시행된 뒤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위는 한진그룹이 싸이버스카이에 일감 몰아주기를 했는 지와 함께 이 과정에서 총수 일가가 부당한 이득을 얻었는 지를 검토한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걸릴 경우 과징금이 부과되고 법인과 별도로 총수 일가도 3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싸이버스카이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첫 번째 조사대상이 된 이유는 조 회장의 자녀들이 싸이버스카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 예전부터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계열사이기 때문이다.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인 대기업집단의 비상장계열사 가운데 총수 일가의 지분이 20% 이상인 경우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진에어 전무 등 조양호 회장의 3남매는 싸이버스카이 지분 100%를 각각 33.3%씩 나눠 보유하고 있다.
싸이버스카이는 대한항공 여객기에 비치되는 잡지에 실리는 광고와 인터넷 면세품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비상장 계열사다.
싸이버스카이는 2000년 6월 자본금 5억 원으로 설립됐고 조양호 회장이 2002년 지분 41%를 매입해 최대주주가 되면서 한진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조현아 전 부사장 등 3남매가 해마다 싸이버스카이 지분율을 늘리면서 2008년부터 현재의 지분구조를 갖췄다.
그 뒤 싸이버스카이는 한진그룹의 경영권 승계에서 중요한 열쇠로 떠올랐다.
싸이버스카이는 한진그룹의 든든한 지원에 힘입어 고속성장하면서 2011년 핵심계열사인 대한항공과 한진의 주식을 각각 0.07%, 0.26% 매입했다.
당시 싸이버스카이가 안정적 수익을 통해 핵심계열사 지분을 계속 매입하거나 3남매가 그룹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실탄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현재 싸이버스카이는 대한항공 주식을 모두 처분한 상태다. 현재 한진 지분 0.56%와 한진그룹의 지주사 한진칼 지분 0.34%를 보유하고 있다.
싸이버스카이는 이전부터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휩싸였던 곳이다.
싸이버스카이의 매출은 2008년 16억 원에 불과했으나 2013년 42억8천만 원으로 급증했다. 이 가운데 35억9천만 원이 대한항공 등 한진그룹의 8개 계열사에서 나왔다. 계약도 대부분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오너 일가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일감 몰아주기가 이뤄진 것이다.
|
|
|
▲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 |
싸이버스카이는 지난해 한진이 운영해 온 온라인쇼핑몰 ‘한진몰’도 인수해 덩치를 키웠다.
싸이버스카이에 대해 일감 몰아주기뿐 아니라 노동력 착취 논란도 제기됐다.
싸이버스카이의 면세품은 싸이버스카이 직원이 아닌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비행기 안에서 판매한다. 또 승객은 미리 주문한 면세품을 기내 승무원을 통해서만 받을 수 있다.
싸이버스카이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동원되고 있는 셈이다. 기내 면세품 판매실적이 기내 승무원의 인사고과에 반영되는 등 판매에 대한 압박도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말 한 승무원은 대한항공 사내게시판에 “우리가 기내에서 열심히 면세품을 팔면 그 이익은 모두 조현아 전 부사장 3남매가 가져가도록 돼 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