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내 아들에게 국가를 경영할 재능이 없다면 그대가 내 아들을 대신해 촉나라의 황제에 오르라.”
삼국지에서 중국 촉나라의 황제 유비는 재상이었던 제갈량에게 이런 유언을 남겼다.
국가든 기업이든 수장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은 경영능력이다.
최근 지칠 줄 모르고 타오르고 있는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분쟁설과 관련해 ‘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한진그룹 경영권을 승계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이유다.
세상을 떠난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은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 지분 17.84%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 지분을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원태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 조 전 회장의 유족들이 상속하는 것은 당연하다.
가족들끼리 상속과 관련된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이는 가족 내부에서 해결하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경영권 승계는 다른 문제다. 경영권은 회사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갈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주어져야 한다.
결국 현재 한진그룹 경영권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분쟁의 근본 원인은
조원태 회장이 한진그룹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아직 대내외에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특히 한진그룹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적항공사라는 점에서 한진그룹 경영을 능력있는 사람에게 맡겨야 할 필요성은 더욱 높다.
항공사업은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내·외국인의 출입국과 긴밀히 연계된 사업이기 때문에 국가보안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하다.
이런 이유로 우리나라는 항공운송업을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하고 노동자들의 쟁의행위를 제한하거나 외국인 등기이사 금지 등을 통해 특별하게 사업을 관리하고 있다.
기업의 창업주나 최대주주가 회사를 직접 경영하지 않고 전문경영인(CEO)에게 경영을 맡기는 사례는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국적항공사 가운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한 저비용항공사들은 모두 전문경영인이 회사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에는 지금까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긴 했지만 아시아나항공이 매각절차에 들어간 이상 아시아나항공 역시 앞으로 전문경영인체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조원태 회장이 한진그룹 경영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능력있는 오너경영인이 책임감과 결단력을 통해 전문경영인보다 더 좋은 경영성과를 내는 일도 많다.
조원태 회장은 2017년 1월 대한항공 사장 자리에 오른 뒤 아버지
조양호 전 회장의 그늘에 가려 아직 이렇다 할 경영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조원태 회장이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얻기 위해서는 아직 증명해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있다는 뜻이다.
라틴어로 ‘쿠오 바디스(Quo vadis)’는 ‘어디로 가시나이까’라는 뜻이다. 베드로가 예수에게 한 질문에서 유래한 이 문구는 폴란드 소설가 헨리크 시엔키에비치의 역사소설 제목으로 사용되면서 유명해졌다.
한진칼 지분을 삼남매 가운데 누가 더 많이 차지하는지, 지분을 몰아주는 대가로 개인이 무엇을 얻고 무엇을 내어줄 지는 한진그룹 오너 일가 내부의 문제다.
하지만 경영권을 차지한 누군가가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을 ‘어디로 이끌 것인지’는 국민 모두가 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