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쇳물에서 자동차까지 여정을 끝내다  
▲ 현대제철이 8일 당진제철소 내 특수강 공장 건설부지에서 착공식을 열었다.

정몽구 회장이 일관제철소를 완공한 데 이어 100만톤 규모의 특수강 공장을 착공했다. ‘쇳물부터 자동차까지’에 이르는 수직계열화 체계의 빈틈을 없애려는 것이다. 현대제철의 특수강 시장 진출을 놓고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이 '혼자서 다 하려 한다'고 불만을 높인 것처럼 관련 업체들은 긴장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 8일 당진제철소 내 특수강 공장 건설부지에서 착공식을 열었다. 새로 짓는 공장은 2015년 8월 완공된다. 연산 60만 톤의 특수강봉강과 40만 톤의 특수강선재를 생산한다.


현대제철은 당진 특수강 공장이 완공되면 기존 50만 톤 규모의 포항 특수강설비를 포함해 모두 150만톤 규모의 특수강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특수강은 엔진과 변속기 등 자동차 구동계 구성품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다.


당진 특수강 공장이 완공되면 현대차그룹의 수직계열화 체계가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3고로를 완성하고 현대하이스코 냉연부문을 합병하면서 쇳물에서 열연강판, 냉연강판, 후판을 생산하는 일관제철소로 거듭났다. 현대차그룹이 쇳물에서 완성차까지를 생산하는 수직계열화 체제를 구축한 것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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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현대제철은 당진 특수강 공장이 완공되면 특수강 생산 능력이 대폭 향상돼 현대차와 기아차의 수요를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렇게 되면 현대차그룹의 수직계열화 체제는 더욱 견고해진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특수강 생산 능력이 확대되면 자동차용 핵심 소재를 현대차와 기아차 등 고객사에 적시에 공급할 수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고객인 완성차기업의 미래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또 현대제철 당진 특수강 공장의 완공시기에 맞춰 현대비앤지스틸이 특수강 하공정(2차 가공) 공장을 착공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대비앤지스틸이 특수강 하공정 설비를 갖추게 되면 현대제철-현대비앤지스틸-현대기아차로 이어지는 생산 납품의 수직계열화 체제가 완성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의 특수강 진출 선언 후 2차 가공 사업 진출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면서 “기존의 2차 가공 부품업체들은 현대기아차의 수요 감소에 대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며 대응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은 지난달 현대제철의 특수강 시장 진출을 두고 “철강업계가 올해도 과잉공급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현대제철이) 왜 혼자서 다 하려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가 강한 어조로 비판할 만큼 현대제철의 특수강 시장 진출은 세아그룹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세아그룹 계열사 세아베스틸과 세아특수강은 각각 특수강 상공정과 하공정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세아베스틸의 특수강 생산 능력은 연산 260만톤으로 지난해 194만톤을 생산했다. 현대제철의 특수강 생산 능력은 당진 특수강공장이 완공되더라도 세아베스틸의 생산 능력에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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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
하지만 세아베스틸의 경우 현대기아차와 거래가 총 매출의 60~70%를 차지하고 있다. 세아특수강도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이 특수강 생산 능력을 강화한 데 이어 현대비앤지스틸까지 하공정 시장에 진출하게 된다면 세아베스틸과 세아특수강의 매출은 감소할 수 밖에 없다.

현대제철의 특수강 시장 진출이 본격화되면서 세아베스틸은 제품 다각화를 통해 활로를 찾고 있다. 세아베스틸 관계자는 “앞으로 산업기계, 건설중장비, 선박용 특수강 등 자동차 외 분야의 특수강과 고수익 합금강 생산 비중을 늘리고 해외 다른 자동차 브랜드에 대한 영업을 강화해 대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순형 회장은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세아그룹의 경쟁력을 믿고 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이 생산 능력과 기술 수준 면에서 세아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현대제철은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특수강 공장을 가동한다. 업계에서 현대제철이 제품 품질을 끌어올리는데 3~4년의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따라서 현대제철에게 세아와 격차를 얼마나 빨리 줄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현대제철은 이미 자동차강판 시장에서 포스코와, 후판 시장에서 동국제강과 경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