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일대에 요즘 큰길마다 대형 현수막이 여럿 걸려있다. 강남구와 일부 구민들이 주도해 설치한 현수막에 한전부지 개발 공공기여금을 강남구에 사용하는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대차그룹의 한전부지 개발이 포함된 국제교류복합지구 개발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강남구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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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강남구는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법적 절차에 따라 행정을 추진한다며 강남구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서울시와 강남구의 기싸움에 한전부지 개발사업이 지연될까 마음이 불편하다.
강남구는 19일 서울시의 ‘종합무역센타주변지구 지구단위계획 결정(변경)(안)’에 대해 범구민비상대책위원회 등을 주축으로 소송단을 구성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강남구는 서울시가 강남구민 등의 의견을 무시한 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신연희 강남구청장은 “서울시가 민심을 왜곡하고 법령을 위반하면서까지 밀어붙이기식으로 행정을 하면 안 된다”며 “서울시가 이대로 지구단위계획구역 확장 결정 고시까지 강행한다면 소송제기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14일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국제교류복합지구(코엑스~잠실운동장 일대) 지구단위계획 변경안'을 가결했다. 변경안은 구역명칭을 종합무역센터주변지구에서 국제교류복합지구로 바꾸고 탄천과 잠실운동장을 포함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지난 8일 위원회에서 안건을 상정해 가결했으나 강남구의 주장을 받아들여 재심의 절차를 거쳤다.
강남구와 서울시가 갈등을 빚는 핵심은 현대차그룹의 한전부지 개발에 따라 발생하는 공공기여(기부채납)를 어디에 사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대차그룹이 공공기여로 낼 금액은 개발이익의 40%로 2조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강남구는 이 비용을 강남구에 우선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남구민이 한전부지 개발에 따른 교통정체와 소음발생 등을 감내해야 하는 만큼 강남구 취약시설 보완에 쓰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반면 서울시는 변경안에 잠실종합운동장 일대를 포함한 만큼 강남구뿐 아니라 인근 송파구 개선사업에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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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구 주민자치연합회 회원들이 지난달 8일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의 한국전력 부지 개발 계획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뉴시스> |
서울시와 강남구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법적 소송으로 확대되면 현대차그룹으로서 곤혹스러운 처지가 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한전부지를 10조5천억 원의 거금을 주고 사들여 사옥 외에도 대형 쇼핑몰, 호텔, 전시컨벤션센터 등이 들어서는 115층 규모의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로 개발하려고 한다.
현대차그룹은 내년부터 본격 개발에 들어가려고 하지만 행정절차에 막히면 사업지연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강남구가 소송을 하더라도 서울시는 법적 절차에 따라 행정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내부적으로 사옥 개발이 지연될 경우를 대비해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